싱글을 위한 '완벽한' 영화를 추천하라면, 어떤 걸 떠올릴까요? 사실 싱글 라이프를 다룬 작품은 매우 많고 그 중 또 많은 영화들이 나름의 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말을 맞아 다시 한번 곱씹어 보니 15년이나 된 옛날(?) 영화 ‘어바웃 어 보이’만큼 괜찮은 영화도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왜냐하면 독신이 아니고, 싱글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사람들까지 따뜻하게 포용하는 싱글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즘 ‘싱글’과 ‘싱글이 아닌 자’ 사이에 무슨 대립 구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싱글들에게는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관심사가 있고, 솔로 라이프에서 탈피해 결혼 생활 중인 이들은 또 가족과 아이라는 관심사에서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때문에 점점 말이 안 통하고 멀어지게 되는데, 예전에는 많지 않던 1인가구 포함 싱글 인구가 대거 늘어나면서 본의 아니게 충돌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미혼 친구가 별 생각 없이 “난 애들이 싫어”라고 하면 결혼한 친구가 곧바로 ‘버럭’하는 것 같은 그런 상황이죠.

‘어바웃 어 보이’는 이렇게 싱글 인구가 증가할 줄은 알지도 못했던 2002년에 만들어졌음에도 마치 시대를 내다본 듯이 화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봤던 대학생 시절에는 “아, 어른이 되면 이 영화 주인공 윌(휴 그랜트)처럼 살고 싶다”며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릅니다.

윌은 작고한 아버지가 만들어 둔 수입 덕분에 일할 필요도 없는 ‘부자 백수’입니다. 책임져야 할 가족도 없고, 잘 생긴 외모로 마음에 드는 여자들을 실컷 만나고 다니지만 역시 싫증나면 금방 떠나버립니다. 혼자 놀고, 밥 먹고, 쇼핑하고 즐겁게 삽니다.

그 생활 속에서도 고충이 있다는 것은 모른 채 윌의 외양과 영화 속 코믹함만을 보고 부러워했습니다. 어쩌면 평생 그렇게 살 기회는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일종의 ‘판타지 캐릭터’로 생각하고 부러워했던 듯합니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윌(휴 그랜트)과 소년 마커스(니콜라스 홀트).

15년이 지난 지금, 윌의 그런 모습도 여전히 부럽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왕따’를 당하는 소년 마커스(니콜라스 홀트)을 보호해 주려고 나서는 어른다운 마음 씀씀이가 정말 부러워졌습니다. ‘나쁜 남자’의 일종처럼 그려지는 이 백수 싱글남의 마음 속에는 아무런 이익이 없이도 약자를 도우려는 따뜻함이 깔려 있는 것이죠.

우울증에 걸려 자살 시도를 반복하는 엄마를 둔 소년이 그 엄마와 자신을 엮어주려고 하는 시도에는 질겁을 하지만, 그럼에도 소년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직접 나서 물리쳐주는 아버지 같은, 슈퍼맨 같은 존재입니다. 싱글이라고 해서 꼭 남에게 아무 관심 없이 ‘혼자 놀기’를 고집하고 쿨하기만 할 것이라는 생각도 완전히 선입견이지요.

결혼하고 아이도 키워 본 경험이 생긴 지금은 윌이 그저 ‘판타지 캐릭터’로 보이지 않습니다. 자기 안위만이 아니라 내 가족, 내 아이까지 힘들고 괴로울 때는 챙겨줄 수 있는 ‘대인배 싱글’은 지금 내가 사는 세상에도 충분히 존재하니까요. 영화 속 말고 현실에 있는 윌 같은 따뜻한 마음의 싱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들입니다. 

 

사진출처='어바웃 어 보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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