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건이 벌어졌던 2017년이었지만 지구촌을 지배한 가장 큰 키워드는 ‘여성’과 ‘페미니즘’이었다. SNS 해시태그 운동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Too)’ 캠페인에 할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한 많은 여성들이 참여했고, 그 여파가 미국 외의 다른 나라에까지 크게 번져가고 있다. 

미국, 영국 언론들은 연말을 맞아 ‘미투 캠페인’의 주도자들을 비중있게 다루며 그들의 용기에 갈채를 보냈다. 2017년을 의미있게 한 ‘미투 캠페인’을,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위기 속에 있는 한국에서 돌아본다.

 

'침묵을 깬 사람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타임'지 표지.

★ 거물남성들, 해시태그에 무너지다

성추행 피해 사실을 감추지 않고 공개한 ‘미투 캠페인’이 벌어지면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 기획으로 유명한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을 비롯해 우버의 직장 내 성희롱 사건 가해자, 유명 정치인 등 난공불락으로 보였던 ‘강한 남성’들이 도마에 올랐다.

이제는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거센 ‘미투 캠페인’의 표적이 되고 있다. 여성들과의 구체적인 추문에 대한 고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거창한 정치나 로비 없이 해시태그 동참 유도를 통해 이 같은 성과가 나온 것은 SNS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억눌렸던 여성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참을 수 없는 부당함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킨 '한 방'이기도 했다.

 

★타임ㆍFT '올해의 인물' 선정

미국을 대표하는 시사언론 타임(Time) 지는 최근 ‘미투 캠페인’을 벌인 여성 5인이 모인 사진을 표지에 싣고 이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로 부르며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사진에 등장한 5명은 배우 애슐리 주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전 우버 엔지니어 수전 파울러, 기업 로비스트 아다마 이우, 일반인 여성 이자벨 파스쿨(가명)이다. 이들은 대표자일 뿐, ‘미투 캠페인’에 참여한 모든 세계 여성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힘을 실어준 것과 다름없다.

이 중 우버 직장 내 성희롱을 폭로한 수전 파울러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도 올랐다. 또한 미국의 유명 온라인 사전 ‘메리엄-웹스터’는 올해의 단어로 페미니즘을 선정, ‘미투 캠페인’의 존재감을 인정했다.

 

 

★‘한샘 여직원 성폭행’ ‘영화계 성추문’ vs ‘여혐’ ‘꽃뱀’

한국에서도 ‘미투 캠페인’의 물결을 보고 영향받은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에 대립하며 ‘여성 혐오(여혐)’ 세력도 급성장했다. 2000년대 중반 등장한 ‘된장녀’라는 말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여혐’은 이후 사치스럽고 남자들에게 기대서만 살아가려고 하는 한국 여성들을 가리키는 ‘김치녀’,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을 비하하는 ‘꼴페미(‘꼴통’ 페미니스트라는 뜻)’ 등으로 확장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여성 전체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고 있다.

일부 남성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는 ‘여혐’에 오랫동안 ‘을’로 살아온 여성들의 열악한 지위가 합쳐져 발생한 한샘 여직원 성폭행 사건, 김기덕 감독과 영화배우 조덕제가 관련된 여배우 폭행 및 성추문 등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

이 사건들 또한 법적으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부분도 있는 가운데, 두려움을 버리고 자신이 당한 일을 전하는 여성들의 모습과 '여혐론자'들이 피해자 및 비슷한 상황의 여성들을 '꽃뱀'이라고 폄하하는 상황이 뒤엉켜 어수선하다.

페미니즘과 여혐 논란으로 2017년은 뜨거웠지만, 한 해가 다 끝나가도록 아직 ‘미투 캠페인’과 같은 사이다 해결책이 보이질 않아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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