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도 울고 갈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마치지만, 어느 트위터리언의 말처럼 '겨울잠 자는 동물들의 영리함과 지혜'에 새삼 감탄하는 나날이다.

 

 

몇 해 전부터 '베드가즘(bedgasm)'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쉽사리 사어(死語)가 되는 흔하디 흔한 유행어로 끝날 말이 아닌 것 같다. 진정 사람들은 침대에서 잠만 잘 뿐 아니라 TV도 보고, 밥도 먹고, 책도 읽을 때 비로소 극도의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건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생각해보면 내가 독립한 후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은 침구류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튼 후, 얇디 얇은 이불을 덮고 자는 여름의 사치를 누리기 위해 나는 인견 침구 세트를 샀다. 살에 이불이 닿으면 까슬거려 기분이 좋다. 겨울용 이불은 극세사를 택했다. 보드랍고 따뜻해서 거위 털이 들어간 이불보다 더 포근하다. 색깔은 내 취향을 온전히 담은 무채색이다.

나의 침대는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다. 그렇게 안온한 침대를 만들고 나니 난 그 밖을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말이면 그 위에서 귤을 까먹고, TV를 보다 낮잠까지 자면 행복이 별 거 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누워만 있다가 소가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침대에 집착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1.5룸이지만 내가 반듯한 의자와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있는 곳이 없다. 절대적으로 공간이 부족하다. 그러니 방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침대에 의지해 생활할 수 밖에 없다.

 

 

회사에서 길게는 12시간씩 의자에 앉아 있는데 굳이 집에서까지 딱딱한 의자에 앉고 싶지 않다. 그나마 나의 집은 공간이 분리돼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룸 생활을 하고 있다. 집이 아니라 방에 살고 있는 것이다. 침대 하나만 놔도 꽉 차는 방에서 침대 생활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외출을 한다고 한들 침대에서 할 수 있는 것만큼의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모두가 침대로 향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침대에 들어가서는 끊임없이 뭔가를 한다. 스마트폰으로 SNS를 하고, 드라마를 다운받아 보고, 음악을 듣는다. 쉬고 있지만, 또 쉬고 있지 않은 셈이다. 베드가즘을 외쳐대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어쩌면 질 높은 휴식을 취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품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한겨울 이 추위의 이불 밖, 아니 침대 밖은 정말, 너무, 과하게 위험하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