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가 8.15 저격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 : 8.15 저격 사건' 편으로 꾸며졌다.

때는 1974년 8월 15일 아침, 서울의 주택가. 고등학교 2학년 장봉화 양은 중요한 생중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급히 집을 나섰다. 같은 시간 서울의 한 호텔에서는 9일 전 일본에서 입국한 요시이라는 남성은 트렁크 속에서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담겼던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는 총알 다섯 발을 장전하고 허리에 권총을 숨긴 채 방을 나섰다.

8시 30분, 장충동 국립극장에는 장봉화 양이 속한 학교 합창단의 리허설이 진행됐다. 맨 뒷줄에 앉아있던 봉화 양은 TV에 잘 나오기 위해 앞자리의 친구와 자리를 바꿨다. 같은 시각 요시이가 탑승한 고급 승용차가 남산을 올랐다. 서서히 국립극장이 보이기 시작했고, 극장 앞에는 경호원과 경찰 등이 둘러싸고 있었다.

극장에 입장하기 위해 필요한 비표가 없었던 요시이는 예상 외로 손쉽게 정문을 통과했다. 이어 자신을 가로막는 경호원에게 일본어로 일본 대사관으로 왔다고 거짓말을 했고, 일본어를 몰랐던 경호원은 고위 간부로 넘겨짚고 순순히 문을 열어줬다.

타깃은 다름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 이날은 8.15 광복절 기념식 생방송 당일이었다. 10시 5분이 되자 기념식 생방송이 시작됐고 박정희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무대 위에 올랐다. 약 10분간 기념식이 진행되던 가운데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사람들이 두리번 거리던 찰나 요시이가 소리를 지르며 무대를 향해 뛰어갔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연설대 뒤로 몸을 숨겼고 경호원들은 다급히 뛰쳐나왔다. 그 와중에 어느 관객 한명이 요시이의 발을 걸었고, 요시이는 넘어지는 순간 방아쇠를 담겼다. 그 직후 사람들이 일제히 요시이를 덮쳐 제압했다. 

하지만 육영수 여사는 총에 맞고 쓰러진 상황이었고, 다급히 병원으로 실려갔다. 뒤이어 합창단석에서도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합창석에 있던 봉화양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던 것. 그 역시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특히 이날 현장은 모두 TV를 통해 생중계 됐다. 공개된 실제 생방송 영상에 따르면 범인이 제압돼 체포된 사이 방송이 중단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은 다시 재개됐고, 총격 사건 후 다시 연단에 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아무 일 없었던 듯 연설을 계속 이어갔다. 정화양을 제외한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 합창단의 광복절 노래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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