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이스하키는 대중에게 그리 익숙한 종목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뛰어난 실력과 반전 미모로 대중에게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전했던 안근영(26)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아직도 꽤 많다. 이제 선수가 아닌 아이스하키 클럽인 고양 아이스탑스 코치이자 20대 고민 많은 청년으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녀를 만났다.
Q. 아직도 많은 이들은 ‘얼짱 아이스하키 선수’로 안근영이란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한동안 소식을 듣기 힘들었는데, 어떻게 지냈는가?
A. 아무래도 은퇴를 했으니까 과거보다 소식을 더 많이 전해드릴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선수였을 때도 큰 유명세를 떨친 건 아니었지만, 이제는 민간인이니까 더욱 그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직 빙상을 떠난 건 아니다. 지금은 좋은 기회를 얻어 코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지내고 있다.
Q. 평생 운동에 매진해 왔기에 조금은 질릴 법도 한데, 은퇴 후에도 아이스하키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나?
A. 공부를 하고 싶어서 은퇴를 했다. 그런데 아직도 무슨 공부를 할지는 아직 명확히 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코치를 하면서 스포츠 쪽으로 더 깊게 공부를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하키가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매력이 많다. 빠른 스피드로 움직이면서도 상대에게 밀리지 않게 힘을 주는 모습은 박진감이 넘친다. 보기에도 멋있지 않나?(웃음)
Q.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은 흔히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가 된다. 선수를 할 때나, 지금 코치를 할 때에도 다소 고충이 있을 것 같다.
A. 어릴 때는 ‘왜 인기가 없지?’하고 생각하곤 했는데, 은퇴를 하고서는 조금 객관적으로 보게 됐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은 비단 아이스하키에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야구나 축구를 빼고 인기 종목이라고 할 만한 스포츠가 별로 없어 보인다. 스포츠 자체가 소외된 문화인 것 같다. 하지만 그 고민 때문에 하키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선수 활동 당시에는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의 목표를 향한 열의가 더 컸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오랫동안 해 온 운동을 그만 두고 나니, 아쉬움은 없는가?
A. 사실 처음엔 너무 좋았다.(웃음) 평생 운동만 하다가 그만 두니까 해방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요즘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나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내 새로운 삶이 있고, 남은 선수들을 관중석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후회는 없다.
Q. 그렇다면 이제 은퇴 후,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는 삶은 어떤가?
A. 어떻게 보면 제2의 세계다. 두 번째 인생이다. 어린아이가 된 느낌이다. 내 나이대의 친구들이 대개 그렇듯, 스물여섯이라는 나이가 보통은 어른의 삶을 시작하는 나이다. 그래서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려, 조금 더 넓게 생각하려 공부를 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편한 삶을 꿈꾼다.(웃음) 하지만 아직 공부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명확한 건 없다. 조금은 두렵기도 한 것 같다. 지도자가 될 수도,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Q.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과는 별개로, 일상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선수 때보다 여유로울 것 같다.
A. 훨~~씬 여유롭다.(웃음) 한창 때는 저녁 10시까지 훈련만 해서, 일상이라는 게 거의 없었다. 가끔 쉬는 정도? 그에 비하면 지금 ‘저녁이 있는 삶’은 편한 거다. 그런데 한편으로 마음은 무겁다. 당장 앞에 있는 시합에서 이기는 게 목표였던 때와는 달리, 이제 승리가 아니라 내 인생 그 자체가 목표가 됐다. 그것에 대한 압박감이 생각보다 심하다. 일상은 여유롭지만, 미래를 보면 다급해진다.
취미가 생겼다는 건 좋다. 선수 때는 책을 많이 못 읽었는데, 요즘엔 책을 많이 읽는다. 고민 많은 시기니까, 자기계발서를 주로 읽는다. 생각보다 도움이 되는 말들이 너무 많아서 책 읽는 순간에는 힐링 하는 것 같다.
Q. 요즘 청년들이 3포세대 등 자조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제 막 남들과 같은 청년의 삶을 시작한 입장에서, 앞으로의 다짐을 들어볼 수 있을까?
A. 제가 아이스하키라는 분야에서 국가대표까지 했고, 어떻게 보면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이제 앞으로 어떤 분야에 새로 뛰어들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국가대표의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 승리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게 목표다. 물론 그 전에 명확한 목표를 먼저 잡는 게 우선일 것 같다.
사진 한제훈(라운드 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