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돈은 없고 술은 마셔야 했을 때 나의 바(Bar)는 체육공원 벤치였다.

 

나름 1~2층처럼 위아래로 형성된 공원 윗 구역 전망 트인 벤치는 나의 펜트하우스였고, 난 지금의 오리지널 빨간 뚜껑 두꺼비를 마셨다. 안주는 새우깡과 담배 은하수. 가슴엔 동경과 방랑, 미지의 세계가 가득 차 있었다.

우연히 담배 사러 들를 가게 앞에서 소주의 대가 두 분을 뵙게 됐다. 빨간 두꺼비 두 마리에 서울우유 한팩, 느릿느릿 나누는 대화. 두 분에게 예를 갖춰 두꺼비를 한 마리 대접해드렸다. 안주라도 곁들이셔야 될 것 같았다. 대가들의 초이스는 짱구였다.

 

윤오영 작가의 ‘달밤’이란 수필이 떠올랐다.

 

<내가 잠시 낙향(落鄕)해서 있었을 때 일.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웃마을 김군을 찾아 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맞은편집 사랑 툇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고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좀 쉬어 가겠습니다." 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마을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하늘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잠겨 있었다. 노인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안으로 통한 문소리가 나고 얼마 후에 다시 문소리가 들리더니, 노인은 방에서 상을 들고 나왔다. 소반에는 무청김치 한 그릇, 막걸리 두 사발이 놓여 있었다.

 

"마침 잘 됐소. 농주(農酒) 두 사발이 남았더니..." 하고 권하며, 스스로 한 사발을 쭉 들이켰다. 나는 그런 큰 사발의 술을 마셔 본 적이 일찍이 없었지만 그 노인이 마시는 바람에 따라 마셔 버렸다.

 

이윽고 "살펴 가우" 하고 노인의 인사를 들으며 내려오다 돌아보니, 노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불세출의 영국밴드 롤링스톤스의 1971년 명반 'Sticky Fingers' LP를 턴테이블에 올려 놓는다. 그리곤 종교적인 숙연함마저 느껴지는, 블루스와 소울 필 충만한 'I got the blues'에 카트리지를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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