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팬들에게 톱 배우의 열일만큼 반가운 일은 없다. 2017년 영화계가 유독 밝았던 건 어쩌면 열심히 작품 활동에 매진한 정우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뭇 남성들의 워너비’ 정우성은 올해 지난 1월 ‘더 킹’과 12월 ‘강철비’ 두 작품을 선보이며 2017년 극장의 알파-오메가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 두 작품에서 그는 한강식과 엄철우, 상반된 매력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다채로움을 뽐냈다. 극과 극의 면모를 지닌 그의 두 얼굴을 비교했다.

 

‣ ‘더 킹’ 권력가 한강식 - ‘강철비’ 권력의 희생양 엄철우

‘더 킹’은 개봉 당시 탄핵정국과의 놀라운 싱크로율로 소름 돋는 현실감을 선사했던 작품이다. 특히 작품 속에서 대선주자를 픽할 정도로 무소불위 권력을 자랑하던 한강식 부장의 존재는 이전 정권의 권력실세들을 떠올리게 하며 정치오락블록버스터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다른 이들을 깔아보는 듯한 정우성의 오만한 눈빛 연기는 그를 일순간 ‘밉상’으로 만들 만큼 강렬했다.

하지만 정우성은 12월 ‘강철비’에선 오만함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북한 권력싸움의 희생양 엄철우 역을 맡았다. 가족의 안위를 위해, ‘장군님’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는 눈빛에 억울함을 가득 채워 넣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곽도원이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이에 ‘더 킹’ 한강식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엄철우에게 더더욱 연민을 느끼고 있다.

 

‣ 조인성과 꽃남 케미 - 곽도원과 아재 케미

정우성은 ‘더 킹’과 ‘강철비’에서 각각 다른 느낌의 남남케미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더 킹’에선 후배 검사 박태수 역의 조인성과 공연했다. 권력의 추악함을 뒤집어 쓴 채 유흥을 즐기는 둘의 모습은 정녕 사회악이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외모만큼은 소장욕구를 자극했다. 70년대 생 최고의 미남 정우성과 80년대 생 대표 미남 조인성의 투샷이 잡히는 순간 관객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반면 ‘강철비’에서는 ‘멋남’ 이미지를 벗고 ‘아재’로 변신, 동갑내기 배우 곽도원과 유쾌발랄한 케미를 구축했다. 남한과 북한, 엘리트와 특수요원 등 전혀 다른 배경의 캐릭터 쌍이지만, 가족애 넘치는 가장이라는 공통점으로 스크린 가득 훈훈함을 흩뿌렸다. 차 안에서 GD ‘삐딱하게’를 들으며 그루브를 타고, 국수를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는 모습은 감동을 남겼다.

 

‣ 압도적 ‘수트 간지’ - 트레이닝복‧패딩 ‘패완얼’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이후 최고 미남의 수식어를 유지하고 있는 정우성은 ‘더 킹’에서 자신의 멋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검사라는 직업에 걸맞게 깔끔히 차려 입은 수트는 186cm라는 길쭉한 기럭지, 시크한 표정 등으로 무장한 정우성의 매력에 방점을 찍었다. 그를 따라 수트를 구매했다 좌절한 남성팬이 한둘이 아니다.

‘강철비’에서는 수트가 아닌 추레한 트레이닝복, 패딩, 병원복으로 갈아입어 눈길을 끈다. 분명 멋있을 수 없는 옷임에도 불구하고, 멋이 뚝뚝 흘러내려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처럼 극과 극 매력의 캐릭터로 열연을 펼친 정우성이 촛불정국의 열기가 스크린으로 이어진 530만 흥행작 ‘더 킹’에 이어 파격적인 소재로 대한민국에 강렬한 화두를 던진 ‘강철비’까지, 현실감 넘치는 블록버스터로 새해에 이어 연말에도 흥행을 장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더 킹' '강철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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