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합니다. 열 개의 키워드로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싱글이라면 누구나 무엇이든 픽업할 수 있는 Single’s 10 Pick.

 

윤혁 (27·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 그룹 CDY 멤버)

 

 

1. Museum To Go

이번 개인전의 메인 작업, 설치와 동시에 해체되는 '가져가는 미술관'의 영어 이름이 지어졌다. 아트스페이스 담다의 이정란 관장님이 지어주셨다.

 

2. Moleskine

2017년 몰스킨에서 2018년 몰스킨으로 이행 작업이 한창이다.

 

3. 가방

4년동안 고객과 1:1로 바지를 해체해 가방을 만들었다. 글 쓰면 나무가 베이듯이 창작은 댓가를 필요로해 내 가방 만들기는 리사이클링어도 그 방향이 선하다는건 말도 안되고, 뭐랄까 순환이긴 한데 그냥 빙글빙글 어지럽게 도는 모양새였다. 가방 만들면 쓰레기 너무 많이 나온다. 억척스러움도 거짓말할 필요도 없어서 그냥 가방을 만들었다. 실력에 기댈 수 밖에.

외로운 고객들을 향해 은은한 냄새를 풍기고 가까이 다가오면 최대한 많은 얘기를 듣고, 성심 성의껏 예쁜 가방을 만들고, 그 사적인 공간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적당한 가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스트레칭처럼, 가방을 만드는 똑같은 기술과 정신으로 '작업'이라고 불리우는 일도 했다. 가방 만들기가 훨씬 힘든데, 가끔 들어오는 아트웍 의뢰는 가방 1개 만드는 시간으로 가방 10개 만드는 돈을 받아가며 일했다. 이 두 가지 일은 미스터리고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4. 순이

우리집 치와와.

 

5. Sewing Machine

이번 전시에서 'Sewing Machine'이라는 2015년도에 작업한 나름의 걸작이 팔렸다. 내가 아직 딱 그 정도인만큼의 가치다. 가야할 길이 멀면서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다.

 

6. 겨울

겨울보다는 여름이 좋다. 겨울에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도 있는데, 작업실이 위치한 학교의 겨울은 욕이 나온다. 작업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7. 오리지널리티

하나만 있다고 오리지널하다는 건 아니다. 한 명을 위한다고 해도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뭐가 오리지널리티를 만들까? 런던에 있을 때, 테이트에서 오키프 전시를 보고 너무 좋았던 그림의 엽서를 사왔다. 나는 엽서 한 장으로 가볍고 싸게 그 감동을 집까지 갖고 올 수 있었다. 그 그림의 주인이 있을 것이다. 수 많은 관객이 나눠가진 그 엽서 속 오리지널 그림의 주인. 그치만 나는 이 엽서의 주인이고 나는 이것도 좋다. 이것도 내겐 오리지널해. 그래서 답은 모르겠다.

언젠가 교수가 내 작업을 보고 가방도 미술도 아닌 곳에 불시착하고 있다고 했다. 확실히, 그냥 가방이잖아! '싸게 줘' 하면 왠지 서럽고 '미술인데요' 하기엔 쑥스러운 구석이 있다. 나에게 절망과 자부심을 안겨 준, 너무나 길고 고통스러웠던 '행복한 자리 못잡음'이 내 오리지널리티일까? 그건 좀 슬프잖아.

 

8. 목 안마기

홍대 버터에서 목 안마기를 아트스페이스 담다의 김민지 팀장이 추천해서 사줬는데 올해 가장 현명한 소비인 것 같다. CDY의 전시에 와서 작품을 구매하신 분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9. 선택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내가 만든 것들을 싣고 빈터에 나가 석유를 뿌려 불 태우는 일, 혹은 갤러리에서 전부 헐값에 팔아 버리는 일. 어쩌다가 후자가 되었으나 모든 것을 버리기로 마음먹은 것은 똑같다. 그 가난한 땅에 있는 유명한 학교에서 사로잡힌 꿈이며, 희망이며, 사랑 등 그런 것들의 그림자까지 그 모든 것을 태우리라. 전시에서 한몫 챙겨 잠깐 독일에 가 있을 거다. 독일로 가겠다보다, 서울에는 있지 않겠다 겠다.

 

 

10. 진정성

진정성은 현실 속에서는 언제나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고도로 이상적인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진정성의 주체는 인생의 순간이 불꽃처럼 타오르기를 열망했던 것이며, 진정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삶의 현세적 논리에 의해서 오염되거나 더럽혀지기 전에 가장 순수하고, 강렬하고, 진지하고, 아름다운 극점에서 운동을 멈추는 운명적인 정지가 논리적으로 요구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요절이라는 삶-죽음의 형식이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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