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승우(47)가 3년 만에 스크린 복귀했다. 코미디영화 ‘잡아야 산다’(7일 개봉)의 주연 배우 및 제작 참여로 역할이 확대됐다. 잘 나가는 CEO 쌍칼 역이다. 20년 지기 친구인 강력계 형사 정택(김정태)과 함께 고교생 4명에게 지갑과 권총을 빼앗긴 뒤 이를 되찾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추격전이다.

 

 

하나. 액션

영화에는 사실적인 액션이 속속 등장한다. 이를 위해 1개월간 이스라엘 전투 무술인 크라브마가를 훈련 받았다. “이제껏 액션을 해본 적 없는데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는 감독의 꼬임에 넘어가 하게 됐다. 재밌었고 만족스럽다”. 영국 중년배우 콜린 퍼스와 리암 니슨이 경쟁자(?)가 됐다.

 

둘. 꽃청춘 후배

‘잡아야 산다’에선 한참 어린 청춘배우들(혁 신강우 김민규 문용석)과 공연했다. 전에는 탑(포화 속으로), 윤두준(아이리스2) 등 아이돌들과 합을 많이 맞췄다. “아직 채색 덜된 친구들이 점점 색칠해가는 것을 확인하는 희열을 느끼곤 한다. 스폰지처럼 잘 빨아들인다. 대학에서 가끔 강의제의를 받을 때마다 나중으로 미뤘는데 이 친구들과 경험을 나누고 나서부터 관심이 생겼다.”

 

셋. 후학양성

더퀸 엔터테인먼트 대표인 그는 1월부터 소속사 신인들을 대상으로 한 스터디를 해나갈 계획이다. 자신의 현장 경험, 노하우 등 영업비밀을 가르쳐주고 싶단다. 과거엔 대부분의 배우들이 연영과를 졸업한 뒤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웠던 반면 요즘 친구들은 이미 카메라 앞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나와 첫 출연이라고 해도 너무 잘해 부럽고 놀랍다.

 

 

넷. 멜로영화

사랑 이야기(멜로)가 들어가야 모든 영화의 형식이 완성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요즘 트렌드인 많은 커트와 스피디함에 몰입이 잘 되질 않는다고 한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커트가 많지 않아도 감동을 주는 좋은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데 대표적인 장르가 멜로다. 흥행이 되질 않는다고 멜로가 외면 받고 있어 안타깝다”.

 

다섯. 화양연화

인생영화를 꼽자면 장만옥 양조위 주연의 ‘화양연화’. 그런 멜로를 연출하고 싶다. 여배우는 아내인 김남주, 상대역으론 30대 남자배우 가운데 소지섭이 퍼뜩 떠올랐다. “영화의 잔상이 강렬해 그때부터 장만옥과 닮은 김남주씨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캐스팅에서 자신을 배제한 이유는? 집에서나 남편이지, 현장에선 후배라서다.

 

여섯. 감독

최근 20분 분량의 단편영화 ‘언체인 러브’를 완성했다. 처음엔 신강우 등 소속사 신인 6명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써서 직접 연출을 맡아 밤을 새워가며 이틀 만에 끝냈다. 청춘멜로다. 20~30대 청춘을 연기할 수 없으니 제작, 연출로 참여하고픈 욕망에서다. “장편 상업영화 연출은 정말 하고 싶고 울림을 주는 이야기, 자신감, 자본이 형성됐을 때 시도할 거다. 선장이 고되면 선원들이 편해지듯 그런 감독이 되고 싶다”.

 

 

일곱. 두 번째 스물

이태란과 공연한 정통 멜로영화 ‘두번째 스물’ 촬영을 끝냈다. 20대에 사랑했던 남녀가 헤어진 뒤 세월이 흘러 이탈리아에서 만나 다시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다. 김승우는 토리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46세의 영화감독 역을 소화했다. “나이 든 ‘비포 선라이즈’ 아닐까 싶다. 내 나이에 맞게 적당히 뜨겁고 가슴 아픈 멜로다”.

 

여덟. 김정태

견원지간 친구로 호흡을 맞춘 감초연기 달인 김정태는 소속사 배우인 갑을관계(?)이자 김승우가 매우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을 지녔다. “예측불가 애드리브를 많이 구사해 처음엔 불편했다. 상황에 녹아들까 걱정도 됐다. 그런데 절묘하게 맞아들었다. 그때부터 믿음이 생겼다. 애드리브 내공만 따졌을 땐 내가 만났던 배우들 중 최고다”.

 

아홉. 시간

“지난 3년이 너무 빨리 흘렀다. 시간이 준 교훈이 있다. 배우는 선택 받아야 하는 직업이라 기다리는 게 숙명이다. 기다림에서 많이 초연해졌다. 그 기간 동안 계속 책을 보고, 글을 썼다. 현장의 소중함, 즐거움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향후 3년은 계속 달려가지 않을까 싶다”. 김승우는 올해 영화 2편을 개봉시키고 9월엔 드라마로 시청자를 찾아뵐 계획이다.

 

 

열. 봉사

토크쇼 ‘김승우의 승승장구’, 예능 ‘1박2일’을 진행하면서 약 600명의 게스트를 만났다. 성공과 실패의 키워드로 만난 이들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 시야가 더 넓어졌을 55세쯤 다시 토크쇼를 하고프다. “어렵게 살면서도 남들을 돕는, 내가 반성할 만한 이들을 만나고 싶다. 틈틈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아내와 그들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접하며 ‘우린 착한 사람이 아니다. 더 겸손하게 살자’고 말하곤 한다".

 

열하나. 김남주

아내는 낮술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그의 솔 메이트다. “어떤 상황에서든 든든한 내 편이자 냉철한 모니터 요원이다. 아무리 날카롭게 지적해도 맞는 얘기니까 하나도 아프지 않다. 아내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게 됐다”.

 

▲ 에필로그. 김승우가 전하는 싱글들을 위한 조언

“결혼해서 좋은 이유 한 가지를 꼽자면...무슨 일을 저질러도 내 편을 들어줄 사람, 의존할 만한 사람이 생긴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사진 전주리(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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