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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여행

날씨변덕이 심한 나라 스위스.

스위스 인터라켄에는 오후 네시쯤 도착했다. 비가 오고 있었고, 역시나 해는 이미 지는 중이었다. 여덟 번째로 방문한 나라여서, 긴 유럽 여행에 살짝 지쳐있을 때다.

다음날 비가 와서 날씨가 안 좋을거라는 기상 예보에 다음날 계획들을 모조리 접었다. 그 당시에는 여행에 지쳐버린 이상, 다른곳으로 나가지 않아도 미련이 없었다. 지금 와서는 미련이 없었던 게 멍청했던 것 같긴 하지만.

하루 정도는 쉬기로 마음 먹었다.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눈에 담아야 여행을 한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멀리 가지 않고, 주변을 돌아다니려 느긋하게 일어난 아침…

 

창가를 통해 바라본 아침 햇빛, 쨍한 날씨, 실뭉치를 고르는 사람들


내겐 빼놓을 수 없는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나갔다. 나가기 전,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창문을 열었는데, 기상 예보와는 다르게 날씨가 정말 좋았다. 계획을 접은 게 생각나 아쉬웠지만, 이런 상황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공기는 정말 끝내주게 좋았다. 많이 춥지도 않아 오히려 한국이 더 춥게 느껴졌다. 자전거를 타볼까 해서 대여소에 갔는데, 시간에 비해 대여비가 비싸서 그냥 나왔다.

 

호수 안개, 사람들


대여소에서 나오고 보니, 들어가기 전에 등지고 있느라 보이지 않았던 호수가 나를 반겼다. 그 순간, 멍 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호수를 감싸고 있는 안개, 강물 표면에 반사되는 햇빛, 

나무 두 그루, 타고 싶었던 자전거… 만약 미리 세워둔 계획대로 근교로 넘어갔더라면 못봤을 장면이었다.

그 이후에는 걷고, 걷고, 계속 걸었다. 무작정 앞만 보고 걷다가 왼쪽 시야에서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의 주인공은 강아지였다.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인지, 차 속에서 홀로 남은 강아지가 차문에 기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창문에 기대어있는 강아지


외국영화에서나 보던 강아지 같았다. 강아지는 꽤 피곤했는지 잠시 쳐다보는 듯 하다가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았고, 나 역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날씨가 너무 좋다보니 걸으면서 하늘을 몇번이나 올려다 보게 됐다. 그러다가, 하늘에서 빨간 무언가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새인가? 계속 쳐다보는데, 스위스 하면 생각나는것 중 하나인 패러글라이딩이었다.

 

천천히 내려오는 패러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건 처음이었다.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두개의 패러글라이딩이 더 내려오고있었다. 

 

두개의 패러글라이딩


마치,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장난감 병정이 내려오는 거같아서 괜스레 웃음이 났다. 나무에 걸리진 않으려나? 갑자기 방향을 잃지는 않을까? 보고있는 내가 다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 걱정과 달리 천천히, 안전하게 착지했다. 그래서, 다시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걸음을 옮겼다.

잠시 여행에 지쳤을때, 혹은 계획했던 여행이 틀어졌을땐 잠시 쉬어가자. 이것 또한 여행이니까.

글ㆍ사진 지선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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