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를 비롯한 친구들은 남자를 볼 때, 기준이 하나 추가로 생겼다. 그의 성의식은 어떨까? 젠더 감수성은 있을까?

 

사진제공=CJ E&M 음악사업본부, B2M엔터테인먼트

솔직히 내가 사귀는 남자의 맨 얼굴을 볼 수 있는 질문이자 두려운 질문이다. 그에 대해 불편한 진실을 알 수 있기 때문. 여자에 대한 고정 관념, 그리고 태도가 그의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 때 유행했던 ‘1가구 1에릭남 보급’이라는 말이 다시금 회자되는 데에는 그만한 남자가 한국에는 매우 희귀하기 때문이다. 부디 이 글을 보는 남자들이 에릭남에게 많은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

한국 여자들은 거울을 보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먼저 집는다.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콧대가 너무 낮고, 눈 밑에 애교살이 너무 없으며 팔자 주름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스스로 외모를 비하하는 여자에게 에릭남은 달콤하게 말한다.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요”. 그게 설사 빈말이라도 듣기 좋다. 한국의 많은 남자들은 칭찬을 하거나 친절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인색하다. 돈이 드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보통은 ‘츤데레’라고 포장한다. 미안하지만 그 츤데레 남자들의 인기도 옛말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스킨십도 그렇다. 보통 남자들은 키스 정도 하면 그 다음 단계는 당연하듯 혼자 진도를 빼려고 한다. 심지어 상대가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에릭남의 ‘매너손’은 검색만 해도 실타래처럼 끊임없이 나온다. 여자 연예인의 풀린 운동화 끈을 별 말없이 묶어 주고, 가상 결혼 생활을 했을 때도, 여자의 어깨에 손이 닿을 듯 말 듯 조심스러워했다.

 

사진 출처=JTBC '마녀사냥'

그리고 그는 여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성희롱과 농담을 명확하게 안다.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흔한 변명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미성년자인 연예인을 대상으로 희롱하듯 말하는 남자 출연자에게 “미성년자에게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정색하며 시원하게 무안을 준다. 과일을 깎거나 설거지 같은 집안 일에 성구분 따위는 없다. 에릭남은 요리도 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할리우드의 여자 연예인들과 방송 외적으로 연락하며 지낼 정도로 대화를 이끌 줄 아는, 소통왕이다.

여자들이 에릭남에게 반하는 포인트는 매우 사소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매너가 좋고, 친절해서가 아니다. 미국에서 주로 생활했다는 에릭남에게는 자유분방함만 장착한 유학파 한국 남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문명남이란, 매너남이란 이런 것 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한국에서는 매우 희귀한 남자지만, 많은 남자들이 그를 보며 반성하고, 밴치마킹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옆구리 시린 싱글 여자들도 지금보다 더 따뜻해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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