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옆집 오빠, 건실한 동네 청년. '인간적이고 왠지 정이 가는' 이미지로 차태현(41)을 따라잡을 수 있는 배우는 우리나라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등에서 보였던 모습이 우리가 기억하는 차태현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조금은 어설프지만 착한 남자. 그러나 12월 충무로 최고의 기대작인 '신과함께 죄와 벌'에서 차태현은 주인공 김자홍 역을 통해 이때까지와 다른, 어둡고 낯선 얼굴을 내민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고 정의로운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김자홍(차태현)이 저승에서 삼차사인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이덕춘(김향기)와 함께 일곱 번의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영화다. 한국형 판타지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한 CG로 관객을 압도한다.

"CG나 이쪽은 굉장히 좋았다. 이런 영화를 찍었다는 그 자체가 기분이 좋더라. 시작할 때도 그래서 시작했다. 진짜 할리우드 영화 현장에 있는 듯했다. 정말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싶더라. 시나리오 보고 감독님한테 해외에서 로케이션으로 얼마나 찍냐고 물었는데 다 세트라고 하셨다. 그린 매트 한두 개 까는 정도가 아니었다."

원작 웹툰 '신과함께'는 네이버에서 연재되던 당시부터 방대한 세계관과 감동적인 이야기로 수많은 팬을 양산했다. 차태현 역시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인기작을 영화화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진 않았다. 특히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진기한이 사라진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원작을 사랑하는 분들은 싫을 수밖에 없겠지만, 역할을 합치면서 (시간을) 줄일 방법이 있었구나 하면서 놀라웠다. 어느 사건을 통으로 빼기보다, 이렇게 줄이는 게 경제적이더라. 그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영화가 원작과 다를 수는 있지만, 큰 그림이나 메시지는 같다. (하)정우 역할이 진기한에 가깝다. 정우니까 가능한 것 같다. 두 가지를 합쳐도 다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다.

 

 

차태현이 맡은 김자홍은 그가 여태껏 보였던 코믹하고 친근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어둡고 비극적인 색채가 강한 인물이다.

"시나리오 봤을 때나 연기할 때는 잘 몰랐다. 크게 생각을 안 해 봤다. 어제 (시사회) 보면서 느낀 게, 웃기는 장면이 하나도 없더라. 보면서 낯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걸 계산하면서 연기하진 않았다. 그래서 감독님이 태현씨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하신 게 그런 말인 것 같다."

그는 휴머니즘이 두드러지는 작품에 어울리는 배우로 손꼽힌다. 강풀 웹툰 원작의 영화 '바보'나 800만 관객을 돌파한 히트작 '과속스캔들' 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안 좋을 때도 많다. 배우니까. 변신을 할 수 있는 배우라면 참 좋겠다.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악역과 선역이 동시에 되는 사람들. 한 번쯤 도전하고 변신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욕심에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억지로 할 순 없다. 악역으로 변신도 좋지만, 장르를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스릴러 같은 어두운 톤의 영화를 해보고 싶다. 나는 예능을 같이 하는 배우라서, 악역에 대한 갈망이 크진 않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2부작으로, 2편은 다음 해 개봉이 예정돼 있다. 1편의 성패에 따라 2편의 흥행이 결정되는 셈이다. 한국 영화가 흔히 도전하지 않는, 일종의 도박이다.

"2편 시나리오는 봤다. 2편이 훨씬 더 재밌다. 진짜 이야기는 2편에서 한다. 차사들의 예전 얘기가 많이 나온다. 1편에서 과한 설정들이 들어간 게 2편 때문인 것 같다. 원작에서 바뀌면서 새롭게 만든 부분들이 좋더라. 인기 많은 웹툰은 원작 팬들이 바뀌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걱정이다."

이번 작품은 12세 관람가이기도 하고, 메시지가 가족애를 담고 있어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몰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차태현은 자신의 아들 차수찬군도 VIP 시사회에서 '신과 함께-죄와 벌'을 재밌게 봤다고 전했다.

"애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수찬이가 눈물을 훔쳤는데, 아빠가 울어서 운 건지 모르겠다. 엄마한테는 아빠가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고 했다더라. 재밌다고 했다. 걔가 본 영화 중에서 제일 길었을 텐데, 재밌었다더라. 수찬이랑 영화를 자주 본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가 있으면 물어보고 같이 간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개봉 첫날 예매율이 50%를 돌파했다. 관객수는 40만 이상이었다. 그만큼 기대가 높은 작품이다. 인기 웹툰 영화화, 한국 대표 배우들의 출연,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을 만든 김용화 감독의 신작 등등 개봉 전부터 화제가 다양했다.

"확실히 기대치가 높은 영화가 힘들다. 근데 한편으로는 그게 낫다. 기대가 없는 것보다. 내가 해보니까 그렇더라. 기대도 없고 그런 영화를 하느니, 기대를 엄청 하고 실망하는 게 백번 낫다. 근데 요즘 시대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었으니까 봐줘야지 이런 시대가 아니다. 당연한 거 아닌가. 할리우드 영화에 비교했을 때 특색있고 새로운 게 있어야 한다. 우리 영화가 잘되면, 나름 한 단계 발전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KBS 파업과 관련해 출연 중인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과 '용띠클럽'을 언급했다.

"4주치를 찍어 놨다. 망했다. 10주년 특집으로 찍었는데, 10주년이 넘어가 버렸다. 이 얼마나 비통한 일인가. 찍은 걸 날릴 수도 없다. 예능 몇 개 하지도 않았는데 예능하면서 파업만 세 번 째다. '1박 2일' 두 번에, 이번에 찍은 '용띠클럽'까지. 추운데 무슨 고생들인가. 이거(영화)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집에서 애만 볼 뻔했다.(웃음)"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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