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현대캐피탈-OK저축은행전에서의 김요한(왼쪽)과 문성민.

‘겨울 스포츠의 꽃’ 배구 경기가 한창이다. 모델처럼 늘씬한 선수들이 펼치는 화려한 스파이크의 박력과 몸을 던지는 수비를 사랑한다면 올해 도드람 2017-2018 V-리그도 흥미진진할 터다.

2005년 국내 프로배구가 V-리그라는 이름을 달고 정규리그를 시작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 동안 남자부에선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막강한 라이벌 구도를 비롯해 걸출한 선수들의 전성기부터 은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드라마가 펼쳐지며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서도 아직 현재진행형인 드라마가 있으니, 대학시절 ‘젊은 피’ 쌍포로 불리다 어느덧 30대 노장의 길에 들어선 김요한(32·OK저축은행)과 문성민(31·현대캐피탈)의 이야기다.

 

★화려했던 2000년대

한 살 차이로 한때 ‘라이벌’이라 불렸던 김요한과 문성민은 2000년대 중반 대학배구에 돌풍을 몰고온 스타였다. 2004년 입학한 김요한이 인하대를, 한 해 늦게 대학생이 된 문성민이 경기대를 이끌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대학배구 스타였지만 둘 다 연예인 뺨치는 잘 생긴 외모로 소녀부대를 형성한 데다 국가대표급 실력까지 받쳐주면서 유명세가 대단했다.

얼굴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듯 두 명의 대학생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남자배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내는 데 기여하며 2005년 출범한 V-리그의 인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배구 팬들이 김요한-문성민의 프로배구 데뷔만을 기다리던 때였다.

잘 웃고 발랄한 성격에 배우 강동원을 살짝 닮은 외모로 '코트 위의 강동원'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지금까지도 V-리그의 대표 미남으로 꼽히는 김요한과 '부산 사나이'답게 다소 과묵하고 무표정한 편이지만 웃을 때만은 천진난만한 문성민은 좋은 대조를 이루며 많은 여성팬을 홀렸다.

 

★’해외파 스타’와 ‘프랜차이즈 스타’, 다른 길...다른 매력

두 사람의 행보는 화려한 2006년 이후 프로 드래프트 시점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2007년 김요한은 국내 리그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했다. 2007~2008시즌 V-리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 입단했다.

김요한은 LIG손해보험 입단 뒤 곧바로 주전 라이트를 맡았을 만큼 대학시절부터 공격력에는 정평이 나 있다. 또한 레프트와 센터까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피드보다는 파괴력으로 승부하는 타입이고 수비가 약해 상대적으로 리시브와 서브 캐치 부담이 큰 레프트보다는 라이트에 더 잘 맞다는 평가를 들었다.

문성민은 2008년 우여곡절 끝에 국내가 아닌 해외 진출을 택했다. 독일 프리드리히샤펜, 터키 할크방크에서 뛴 문성민은 해외 경험을 쌓은 뒤 2010년 국내로 복귀해 평소 존경하던 김호철 감독의 현대캐피탈에 입단한다.

탁월한 스피드와 점프력을 무기로 한 폭발적인 공격력이 문성민의 특징이다. 주 포지션은 레프트지만 소속팀에선 라이트로도 뛰며 외국인 용병 선수 못지 않은 득점력을 보여준 바 있다. 김요한과 마찬가지로 수비가 약한 편이라고 지적받았지만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리시브와 디그 실력 또한 많이 늘어나 중견 선수다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유리몸’-‘비운의 스타’ 김요한

프로 데뷔 뒤 삼성-현대의 라이벌 구도 속에서 약체 취급을 면치 못하던 LIG손해보험에서 ‘희망’으로 불리던 김요한이었지만, 결국 10년 간 팀 성적이 받쳐주지 않으면서 ‘비운의 스타’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불명예스러운 별명은 이것뿐이 아니다. 잦은 부상으로 ‘유리몸’이라고 불린지도 오래 됐다. 스타성과 남다른 운동신경을 함께 갖춘 김요한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뼈아팠던 것은 2010~2011 시즌 중 당한 발목 인대 파열에 이은 허리-무릎 등의 부상 러시다. 소속팀도 이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이후 한 번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하지 못했다.

지난 6월 김요한은 OK저축은행과의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바꿔 입고 프랜차이즈 스타에서 벗어났다. 이적 뒤에는 센터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다.

 

★’무관의 제왕’ 에서 ’더블 MVP’로, 문성민

해외에서 국내로 리턴한 문성민은 화려한 명성대로 현대캐피탈에서 맹활약했다. 토종 에이스의 위용을 마음껏 뽐내며 코트를 평정했다. 다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한 2013~2014 시즌을 딛고 2015~2016시즌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OK저축은행에게 트로피를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우승 한풀이는 올해 4월에야 이뤄졌다. 챔프전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드디어 우승한 문성민은 눈물을 쏟으며 자축했다.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선보였다. 17일 우리카드전에서는 비록 패하긴 했지만 총 30득점으로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을 넘어서는 등 활약 중이다.

 

★”라이벌 구도 부담”, 아 옛날이여~

앞서 9일 있었던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전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세트스코어 3대1로 완승을 거뒀다. 몇 년 전 같았으면 김요한과 문성민의 ‘거포 대결’이 한창 화제를 모았겠지만, 센터로 출전한 김요한이 3세트에서 활약하며 세트를 따냈음에도 현대캐피탈 주장 문성민과 함께 특별히 언급되지는 않았다.

한때 두 사람 모두 “국제대회와 국내 무대에서 워낙 같이 많이 뛰어 친하지만 너무 많이 함께 언급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10년의 세월 동안 어느덧 둘 다 라이벌 구도는 뒤로 한 채 30대의 노장으로 코트에 서게 됐다.

그럼에도 아직 두 사람은 포털 사이트 연관 검색어로 묶여 있는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존재들이다. 김요한과 문성민은 2017년이 거의 끝나가는 29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다시 한 번 정규리그 경기로 맞붙는다.

 

사진출처=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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