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서 꽤나 많은 싱글 남녀들을 만났습니다. 동년배를 비롯해 연배는 다양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 편하게 물어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지 대부분 “결혼하시니까 좋은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어떤 이들은 결혼을 생각하면서 만나는 이성 친구가 있지만, 언제 결혼할지 모르겠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결혼을 할까 한다는 싱글이 있으면 꼭 부여잡고 “반드시 결혼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결혼의 좋은 점도 마구 설파를 했지요.

심지어 결혼을 할 때 알아두면 좋은 청첩장 돌리기나 웨딩홀 고르기에 대한 팁까지 자세하기 그지없이 전수했습니다.

물론 이른바 ‘꼰대’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어른들처럼 결혼에 대해 압박을 하는 건 아닙니다”라고 반드시 덧붙이기도 했지요.

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사실 ‘결혼하니까 너무 좋아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유부녀로서의 자부심 같은 게 있지 않냐고 묻는 이들도 있는데, 단언컨대 그런 것도 없습니다.

결혼의 좋은 점에 대해서도 하루 밤낮 동안 얘기할 수 있지만, 그 반대에 대해서도 그만큼 털어놓는 게 가능하거든요.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라고 해도, 결혼에는 그저 장점뿐이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진심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단점에 대해서는 입을 꽉 다물고 열심히 결혼하기를 추천한 진짜 이유는, ‘내 편’을 하나라도 더 늘리고 싶은 발악이었다고나 할까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일에 관심이 없거든요. 순간순간 행복함에도 힘들 때가 많은 그 복합적인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데, 결혼을 하고 나니 그런 감정은 싱글들에게 ‘남 일’이 돼 버렸습니다.

그런데 일하다 만나는 사람들은 죄다 싱글남녀이니, 꽤나 친해졌음에도 ‘할 말 못할 말’ 다 하는 사이가 되기는 어려웠던 거지요. 내가 다시 싱글이 되는 건 불가능하니 그들을 ‘유부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밖에 ‘동지’를 만들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싱글들은 참 똑똑하더군요. 그렇게 결혼하는 게 좋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해도, 정말 결혼했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이 올 겨울 연휴에도 다들 혼자 여행을 간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동지’가 되기는커녕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생각만 들게 하는 싱글들, 내년에 만나면 다시 한 번 결혼하는 게 얼마나 좋은지 얘기해 줘야겠습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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