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2017년에도 수많은 유행어가 탄생했다. 가볍고 우스워 보이는 유행어지만, 그 안에는 한 해의 역사가 들어 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올해의 히트 유행어 10가지를 기원별로 분류해 봤다. 일단 눈에 보이는 큰 키워드 3가지는 ‘싱글’과 ‘예능’, 그리고 ‘정치’였다. 물론 기원을 알 수 없이 몇 년 전부터 계속 쓰이다 수면 위로 급부상한 ‘출처불명’들도 있다.   

 

#싱글

1. 혼술/혼영/혼밥

올해의 유행어에서 싱글, 특히 1인가구가 차지한 비중은 매우 크다.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혼자 술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일이 과거와 달리 자연스러워졌다. 결국 '혼~'이 유행어로 급부상했다. 식당에 ‘혼술-혼밥 가능합니다’가 나붙기 시작하면서 혼영(혼자 영화)-혼행(혼자 여행)-혼놀(혼자 놀기) 등 용법도 다양해졌다. 2016년 인기 드라마 ‘혼술남녀’의 영향도 꽤 컸다. 

2. 욜로/욜테크/횰로

사실 ‘욜로’는 너무 많이 언급돼서 연말이 되니 이제는 그만 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한 유행어가 됐다. 그럼에도 올해 최고의 유행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바로 이 ‘You Live only once’의 준말이다. 기원은 2011년 래퍼 드레이크가 발표한 곡 더 모토(The Motto)이지만 한국에서 ‘한번 사는 인생 내 뜻대로 즐기며 산다’는 뜻으로 크게 히트했다. 파생어로 ‘욜테크(욜로+재테크)’, ‘횰로(욜로+나홀로)’ 등이 있다. 

 

#예능

3. 스튜핏/그뤠잇

최근 인크루트에서 실시된 2017년 최고의 유행어를 뽑는 설문에서 당당히 1위를 한 스튜핏(Stupid)과 그뤠잇(Great). 팟캐스트를 거쳐 정규 방송으로 편성되며 현명한 소비를 주창한 KBS2 ‘김생민의 영수증’이 낳은 유행어다. 쓸데 없는 소비와 필요한 소비를 가차없이 구별해 주는 말이지만, 최근엔 ‘이번 세일 놓치면 스튜핏’이라는 식으로 마케팅 문구에도 매우 많이 쓰이고 있다. 

4. 칭찬해~

JTBC 예능 ‘아는 형님’에서 강호동이 만든 유행어. 서로에게 칭찬하고 싶은 것과 서운한 것을 말하는 코너명으로 쓰이며 인기를 얻었다. 훈훈하고 보기 좋은 일에 대해 ‘아주 칭찬해~’라고 붙이기만 하면 손쉽게 칭찬을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인기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싸펑피펑(싸우고 싶어, 피나고 싶어?)’도 크게 히트했으나 ‘칭찬해~’의 생명력이 더 긴 듯하다.

5. 나야 나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메가 히트한 유행어. 이 프로그램의 테마곡이기도 한 노래 ‘나야 나’에서 중독성 있게 계속 반복되는 후렴구이기도 하다.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네 맘을 훔칠 사람 나야 나’라는 가사가 원본이다. 이를 응용해 ‘오늘밤 살찔 사람 나야 나’라며 ‘먹방’과 함께 쓰이는 식이다. 쓸 곳이 많아 SNS 및 기업 마케팅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정치

6. 내가 이러려고 OOO을 했나

탄핵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2차 대국민 담화에서 했던 말. 나오자마자 엄청난 임팩트를 자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했다’고 말했는데, 이와 함께 ‘자괴감’이라는 단어 또한 평소보다 훨씬 많이 쓰이게 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7. 우리 OO 하고 싶은 거 다 해 

좋은 뜻과 비꼬는 뜻이 함께 존재하는 다소 복합적인 유행어. 기원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우리 이니(문 대통령 애칭)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응원 문구이다. 그런데 반대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이 당선 후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뭐든 자세히 살피지도 않는 지지자들을 비판할 때 공격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것이 일상생활에선 연인이나 친구에게 ‘우리 OO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달콤한(?) 대사로 변형돼, 유행어로 종종 사용되고 있다. 

 

#출처불명 

8. 이거 실화냐?

TV 드라마 영상 등에 네티즌들이 “이거 실화예요?”라고 물어보는 댓글을 꾸준히 단 것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짧게 줄어든 끝에 “실화냐?”로 고착됐다. 믿을 수 없거나 놀라운 사실을 접했을 때 일단 “실화냐?”를 붙인다. 올해 초 KBS2 ‘개그콘서트’에 이 유행어에 착안한 ‘이거 실화냐?’라는 코너도 있었을 만큼 강력한 유행어다. 롯데리아 세트의 이름으로도 등장했다.

9. 사이다/고구마

2015년경부터 꾸준히 있어 왔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사용이 늘어난 ‘사이다’와 ‘고구마’. 드라마 등의 전개가 답답하거나 일상생활에서 부조리를 참기만 하는 상황을 ‘고구마 백 개 먹은 듯’하다고 표현하던 것에서 ‘고구마’가 먼저 탄생했고, 이를 시원하게 해결하는 것을 탄산음료 마신 것처럼 청량한 느낌이라고 해서 ‘사이다’라고 부르게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10. 급식체/무료급식체

비난도 많이 받고 있지만 그만큼 이미 사회 전반적으로 알려진 ‘급식체’는 하나의 거대한 유행이 됐다. 급식을 먹는 아이들 말투라는 뜻으로, ‘~해야 할 각(~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빼박캔트(빼지도 박지도 못하는)’,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등이 이에 해당된다. ‘동의?’라고 물었을 때 ‘어, 보감(또는 박보검)’이라 답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중년 남성이 ‘급식체’를 따라 하려다 이른바 ‘아재체’와 결합하면서 더욱 어색해진 모습을 희화화한 ‘무료급식체’도 자매품으로 탄생했다. 

 

사진출처=tvN, 픽사베이, KBS2, 연합뉴스TV, 문재인TV, 롯데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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