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공백기가 3년이 넘어가는 친구 J는 내게 푸념을 늘어놨다. 꼬박꼬박 집으로 ‘직퇴’하는 그녀를 두고 엄마는 혀를 끌끌차며 “넌 연애도 뭐하냐?”라고 핀잔을 줬다는 것.

 

사진=싱글리스트 DB

한창 열심히 연애할 때는 늦게 집에 들어온다고 카톡과 전화를 해대던 엄마의 반응에 J는 당황해했다. 연애를 해도 야단, 안해도 야단. 연애에 대한 이중적인 마음은 J의 엄마만은 아닐 것이다. 연애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것은 결혼에 대한 생각과 비슷한듯 하지만 조금 다르다.

일단 연애를 해야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할 테니, 우선 연애에 대해 말해보겠다. 내 주변엔 연애를 안하는 여자와 연애를 못하는 여자로 갈린다.

연애를 귀찮아하는, 연애 안하는 여자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일이 너무 많다. 날마다 출근해서 해야할 일이 산더미로 쌓였는데, 썸남이 생겨도 연락을 이어 가기 힘들다. 연락을 안 하거나 드문드문 한다는 이유로 남자가 먼저 나가떨어지는 일은 부지기수다. 요즘처럼 날이 추워지면 데이트도 귀찮아진다. 따뜻한 남자의 품보다 뜨끈뜨끈한 전기장판이 훨씬 좋다.

남자친구가 없으면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 혼자서 잘 놀고, 주변에 놀 친구들이 많은 사람은 연애에 취미를 붙이기 더 힘들다. 썸 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날 좋아하는지, 간만 보는 건 아닌지 등 감정을 쏟는 게 소모적이라는 것이다.

곁에 있는 친구들의 영향도 있다. 친한 친구가 한창 연애에 불을 붙이더니 얼마 안 있다가 남자친구와 싸워서 헤어지네, 마네하고 있으면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니 말이다. TV드라마나 영화, 책, 웹툰 등으로 연애를 대신하는 이들도 있다. 요즘엔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됐다. 아이돌. 최애 아이돌의 공연을 쫓아다니느라 남자 만날 시간 따위는 없다.

그렇다면 연애를 죽도록 하고 싶은 사람이 좀처럼 관계를 잇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중, 여고, 여대를 다닌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철벽녀’다. 무조건 남녀사이를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려다 관계를 망친다. 남사친에서 연인이 되는 건 결코 드라마가 아니다. 커플로 발전하기 가장 확률 높은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딨어?”라는 말로 이성적으로 보이지 않는 남자와 무조건 거리를 둔다.

연애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이 TV, 영화 등을 보며 대리만족하지만, 연애를 하고 싶으면서도 못하는 사람들은 환상을 갖는다. 상대가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주길 바란다. 그러나 그런 남자는 세상에 없다. 비슷한 이유로 이상형이 너무나 명확한 것도 연애를 하기에 썩 좋지 않다. 열려있는 마음과 자세야말로 연애의 기회를 얻는다. 또한 날마다 집에 있으면서 남자가 생기길 바라는 사람도 있다. 남자는 절대 배달 되지 않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상 만물의 이치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람 역시 연애는 못한다.

혹자는 연애를 하지 않는 건 젊음에 대한 모독이자 직무 유기라고 말한다. 한 때 ‘모쏠남녀’를 무능력한 사람으로 모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살아간다. 연애에 대한 자유로운 가치관과 시선을 둘 수 있는 싱글이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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