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의 낙을 묻는다면, 5초쯤 망설이다 말하겠다. PC게임 ‘배틀 그라운드’를 하는 것이라고.

 

사진 출처='배틀 그라운드' 트레일러 영상 캡처

 

요즘 난 남자친구와 매주 PC방에 가고 있다. 한 번 가면 5시간 이상에 머문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배틀 그라운드는 최근에 출시 된 게임으로, 유저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핫한 게임이다. 그래픽, 사운드 등이 하이퍼 리얼리티를 자랑하는 이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가상의 섬에서 100명 가량의 참여자들 중에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1인이 되는 것이다.

게임이라고는 테트리스, 애니팡, 카카오 프렌즈가 전부였던 내가 어쩌다 이 게임에 빠져 들었을까. 게임은 남자들만의 영역이라 느끼던 나는 왜 ‘배그’에 입문한 ‘배린이’(배그+어린이 합성어)가 되었나?

배틀 그라운드의 매력은 단순히 재미있다는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최종 생존자가 되기 위해 섬 곳곳을 다니며 생존에 필요한 헬멧, 조끼, 에너지 보충제, 진통제 등을 줍고, 적과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 무기로 무장하는 게임이다. 제한된 시간이 지나면 자기장 원이 생기는데, 게임의 모든 참여자는 자기장을 피해 원 안에 안착해야 한다. 99명의 적, 그리고 자기장과의 싸움인 셈이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사람마다 생존법은 다르다.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처음부터 자기장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는 ‘부동산 모드’, 살생을 싫어하고, 싸움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택하는 ‘간디 모드’, 본격적으로 적을 찾아 다니며 전투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포모드’등이다.

게임에 익숙해질 수록 사람들은 여포모드로 바뀐다. 나 역시 (조금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총으로 적을 쏴죽여 보니 그 ‘손맛(?)’이 느껴져서 적이 보이면 저격 부터 한다. 또한 이 게임은 혼자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 하면 더욱 재미있다. 솔로로 참가할 수도 있지만 팀을 이뤄 듀오(2명), 스쿼드(4명)로 게임을 할 수 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솔로일 때는 총에 한방만 맞으면 바로 죽지만, 팀을 이루면 회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즉사하기 전에 기절 상태가 되고, 팀원이 나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하면서 팀원과 소통하며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내어줄 수도 있다. 무기든, 생존 필수템이든 뭐든 말이다.

한 게임은 보통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최종 생존자가 되면 하이퍼 리얼리티를 자랑하던 게임에 이런 문구가 뜬다.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현실과 혼동될 정도로 리얼했던 게임에 몰입했던 나에게 ‘그래봤자, 이건 게임일 뿐이야’라고 일깨워주는 듯이 말이다. 최종 1인이 되지 못하고, 게임 중간에 죽게 되면 “그럴 수 있어.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라는 위로의 문구가 뜬다. 이렇게 게임 유저들을 기분좋게 농락(!)하는 게임을 난 본적이 없다.

이 게임을 시작한지 겨우 3개월 남짓, 여전히 갑작스러운 적의 공격에 화들짝 놀라며 괴성을 질러대지만 난 이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영화 '강철비'의 총격전을 보며 "북한군인이 들고 있는 저 총은 AKM일까? M16A4일까?" "정우성은 권총 하나로 왜 저렇게 잘 싸우는 거지?"란 생각에 한동안 영화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에 다다랐지만, 색다른 내 모습이 싫지 않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무언가에 쉽게 빠지지 못한다. 그리고 난 그럴듯한 취미 하나쯤 가지고 있는 이들을 보면 부러워하곤 했다. 해를 넘어가기 전에 일 말고, 꾸준히 하고 싶고, 흥미를 느끼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그 자체가 무척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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