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결혼을 결심할 때, 큰 요인 중 하나가 된 것이 바로 ‘어머니의 싱글 친구들’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어머니에게는 싱글 친구들이 많았는데, 당시 50대에 접어든 그분들은 하나같이 집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를 상대로 우울감을 호소했습니다.

어머니의 친구분들은 대부분 잘 나가는 전문직 여성들이었고, 이뤄 놓은 성과도 많아 남부러울 게 없는 분들인데도 그렇다는 사실이 아주 신기했습니다.

옆에서 이유를 들어 보니 나이가 들면서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한 분씩 돌아가시고, 결혼을 한 형제나 자매들은 또 각자의 가족이 우선이어서 자신만을 챙겨줄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젊어서부터 결혼하지 않고 번 돈으로 손아래 형제들의 학비와 생활비, 결혼 자금까지 부양한 경우에는 더욱 상실감이 컸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특히 마음에 와 닿았던 건 “나 자신만을 챙겨 줄 가족이 없다”는 토로였습니다. 나만을 챙겨줄 가족을 만들긴 해야겠다는 생각은 곧 결혼 결심으로 이어졌지요.

처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얼마 동안은 ‘이제 계속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줄 가족이 생겼다’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10년 동안, 세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친구들 중에도 1인 가구가 늘어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1인 가구들은 그 예전에 집으로 전화를 걸던 어머니의 친구들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각자 상황은 다르겠지만 그 때 그 분들처럼 부양해야 할 형제가 많은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세대가 바뀌었기 때문이겠지요.

곁에 가족이 없는 외로움은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뜻 맞는 사람들과 봉사활동을 하며 충분히 채운다고 합니다. 혼자 살다 보니 일 잘 하는 친구들은 경제적으로도 별 걱정이 없습니다.

세대가 바뀌면서 1인 가구가 풍기는 보편적인 분위기도 ‘처량함’에서 ‘당당함’으로 넘어갔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앞으로도 1인 가구로 살아갈 것을 거의 확실시하는 친구들이 예전 어머니의 친구들처럼 “외롭다”고 저에게 전화를 걸 일은 없어 보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의 멋지게 살아가는 싱글들을 보면 잠시 부러움과 함께 ‘시대를 앞서간 싱글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껴집니다.

지금처럼 싱글족이 많지도 않고, 각자 알아서 할 일을 잘 하며 사는데도 불구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결혼은 안 하느냐?”, “이제 나이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폭력적인 질문을 멈추지 않았을 테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런 질문과 사회적인 시선이 필요없는 우울감을 더 가져왔던 건 아니었을까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다행히, 60대에 접어든 ‘시대를 앞서간 싱글’ 한 분을 최근에 뵈었습니다. 10여년 전 우울하다고 종종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셨던 그 분은 사진에 취미를 붙여, 자신의 사무실 중 한 층을 갤러리로 꾸미고 방문객들에게 관람시키는 것을 낙으로 삼고 행복한 싱글 라이프를 살고 계셨습니다. 

몇 년을 국내와 해외의 명소들에서 찍은 사진들은 전문 사진 작가의 수준으로 훌륭했습니다.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힘들기도 한 저의 결혼 생활과 그분의 멋진 싱글 라이프, 더 나은 것은 없고 다만 선택일 뿐이지요.

10년 전에는 단편적으로 ‘가족을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었다면, 지금은 ‘양쪽 다 나름의 보람이 있는 삶’이라는 조금 더 발전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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