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초반의 독신남 박영철(가명)씨는 올해 갑작스런 비보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한때 직장생활을 함께했던 동갑내기 독신 친구가 사망 이틀 만에 혼자 살던 서대문의 한 원룸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휴일이 지나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조차 이뤄지지 않아 직장 후배가 집을 찾아갔다가 확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사 이후 무직과 재취업 등 풍파를 겪었으나 특별한 지병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지방에서 황급히 가족들이 올라와 빈소를 차렸고, 부검 결과 심정지로 사망했음이 확인됐다. 안타까움과 더불어 혼자 지내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고독사란 가족, 이웃, 친구간 왕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혼자 살던 사람이 홀로 사망한 후 방치됐다가 발견되는 죽음을 의미한다. 흔히 떠오르는 대상은 독거 노인이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은 50대이며,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2014년 ‘한국인의 고독사’를 방영한 ‘KBS 파노라마’ 팀이 2013년 경찰의 변사자에 대한 현장출동 일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무연고 사망자 처리보고서 총 3만2857건을 분석, 고독사 사례를 분석·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고독사 발생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50대로 29%에 달했다. 이어 60대가 17.9%였으며 40대가 17%, 70대가 9.1%가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대도시가 고독사 발생비율이 높았다. 서울이 25.45%로 고독사가 가장 많았고, 경기가 20.26%로 뒤를 이었다.

서울시복지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서울시 고독사 실태파악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의 고독사 사례는 162건으로 이틀에 한 꼴로 발생하며, 의심사례는 연간 2181건으로 하루 6건씩 발생한다. 성별 고독사 발생비율은 여성이 13%인 데 반해 남성은 85%로 6.5배나 높았다.

그렇다면 남성, 그것도 50대가 왜 고독사 고위험집단으로 분류되는 것일까. 생존본능이 강하고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며 저임금이나마 다양한 서비스직에 취업 가능한 50대 여성들과 달리 이 나이대 남성은 폐쇄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특성에 일용직 일자리마저 얻기 힘들다.

 

 

실직, 사업실패, 이혼, 가족의 해체와 같은 일을 겪으며 생의 마지막 기로에 서는 시기임에도 복지정책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더라도, 국가가 근로능력이 있다고 간주하는 나이(만 50~64세)이므로 지원을 받을 법적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노인기초연금이라도 받으려면 65세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김영정 연구원은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는 집단을 살펴봤을 때 50대 남성 1인가구가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고시원 등을 전전하면서 일용직 근로자나 무직으로 지내는 이들은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친구·가족들과도 만나지 않은 채 고립 속에서 살아간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사회적 관계망의 축소는 회복이 힘들거나 더디다. 만성질환까지 있으면 일자리 찾기는 더더욱 힘들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정책지원이 필요한 중점관리대상”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제도권 밖에 방치돼 있는 50대 독거남들의 자활을 돕는 정책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나비남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양천구청은 올해 2월 독거남 전수조사를 벌였다. 주민등록상 1인가구로 조사된 50~64세 남성 6841명 중 현장조사를 통해 실제 지원이 필요한 독거남 393명, 주민등록이 말소됐거나 타 시군구에 등록돼 있으면서 실거주(노숙 포함)는 양천구에서 하는 독거남 11명을 합쳐 총 404명의 ‘나비남’을 발굴했다.

 

 

1단계 ‘세상과 만나다’를 통해 발굴된 404명의 나비남과 95명의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멘토가 일대일 결연 관계를 맺어 사회적 연결망을 복구하는 과정이 2단계다. 멘토단은 주 1회 멘토와 멘티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3단계 ‘문제해결’은 민관 합동의 총 52개 사업으로 이뤄졌다. 양천구 17개동이 각각의 동 특성에 맞게 총 33개의 나비남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반찬, 이발·목욕쿠폰, 치과 검진 및 치료비, 생필품 구매쿠폰 지원을 비롯해 건강검진, 요리실습, LED등 교체사업 등을 진행한다. 8월부터는 한빛복지관에 복지, 건강, 고용, 금융 상담 서비스를 위해 나비남 전용공간 '50스타트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4단계 '희망찾기' 과정을 거쳐 공동체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고독사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모두의 문제”라며 “양천구에서 시작된 50대 독거남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나비효과처럼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KBS 파노라마 영상캡처, 서울시복지재단, 양천구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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