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회적인 완벽남 이미지로 여심을 저격해온 윤박(29)이 연극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다.

23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7월15일~8월21일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 포스터 촬영현장에서 미남스타를 만났다. 제9회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김호연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망원동 옥탑방 모여 사는 찌질한 네 남자의 고군분투 재기 프로젝트를 그린다.

20대 고시생, 30대 백수, 40대 기러기 아빠, 50대 황혼 이혼남이 각 세대를 대표하며 극을 채우는 가운데 윤박은 30대 백수 대표 주자로 나선다.

"찌질한 네 남자 이야기를 다룬 '망원동 브라더스' 대본을 읽었을 때 따뜻한 감성이 그대로 와닿았다. 나는 작품을 하나 냈지만 잘 풀리지 않은 만화가 '오영준' 역을 맡았다. 직업은 만화가지만 수입이 거의 없는 백수에 가까운 인물이다. 지금까지 맡아왔던 캐릭터들과 다른 느낌의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윤박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를 비롯해 '가족끼리 왜이래' '여왕의 꽃' 등 여러 드라마에서 스마트하고 완벽한 이미지의 남성 캐릭터를 도맡았다. 우유빛깔 피부와 그윽하고 부드러운 눈빛, 정석적인 외모는 이를 든든히 뒷받침했다.

그랬던 그가 처음으로 30대 찌질남 그리고 백수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단정한 수트를 벗어 던지고 티셔츠와 반바지, 슬리퍼 차림에 부시시한 파마 머리까지 했으나 전혀 어색하지 않다.

"평소 내 모습은 드라마에서 보여드렸던 스마트하고 완벽한 남성의 이미지보다는, 오영준에 더욱 가깝지 않나 싶다.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살펴보면 내 스스로가 완벽하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좋아하는 건 많은데 잘하는 건 없는 면이 많다고 느낀 경험이 많았던 것 같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인 윤박은 2014년 '관객모독' 이후 2년만에 다시 연극에 도전하게 됐다. 연극을 다시 찾게 된 이유는 2년간 느껴온 무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2년 전, 연극했을 때 너무 좋았다. 관객들과 한 공간에서 호흡과 눈길을 주고 받았던 그 느낌이 마음 속에 언제나 남아 있어서 연극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연극은 오랜시간 동료 배우들과 연습을 하고,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직접 만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날 그날 다른 현장성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물론 2년만의 연극 출연을 앞두고, 걱정도 많았다.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를 밀도 높게 잘 해낼 수 있을지, 팀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한 만큼 돌아온다고 생각하기에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겠다는 생각이다.

 

윤박은 '집밥 백선생' '라디오스타' 등 예능프로에서 엉뚱한 매력으로 상큼한 인상을 남겼다. 연기와 예능을 넘나드며 폭 넓은 방송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박은 얼마 전까지도 예능 촬영에 구슬땀을 흘렸다. 

"최근에 친아버지와 함께 tvN 예능 '아버지와 나' 촬영을 마쳤다. 며칠 뒤에는 '정글의 법칙' 촬영을 하러 뉴칼레도니아로 떠난다. 설렌다.(웃음) 요즘은 정글에 갈 준비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글에서 돌아오면 아마 연극 연습에 매진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진 권대홍(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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