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이와 한 가족이 된 이후 1년 365일 내 핸드폰 배경화면은 늘 양말이 사진이다. 그러다보면 종종 “고양이 키우세요?”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특히 소개팅 및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남자들로부터 고양이 얘기는 언제나 화두다. 아마 대화 소재가 떨어질 때쯤 어색한 기류를 깨기 위한 질문이 아닌가 싶다.

 

 

대략적으로 고양이가 주제일 때의 남자들의 반응은 3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자신도 고양이를 키웠었다며, 애묘인으로서의 공통분모를 어필하는 경우다. 그럴 때 나의 질문은 현재 고양이의 행방이다. 대부분 키울 여력이 안 돼 주변 누군가에게 입양 보냈다고 답한다. 내 입으로는 “아...그렇구나”라고 하지만 속으로 그 남자는 탈락!

때로는 현재 고양이 집사 남자사람을 종종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는 각자 고양이 자랑을 신나게 하며, 고양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러시안 블루를 키우는 애묘인과 몇 번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함께 고양이 장난감을 사기도 하고, 수컷인 그의 고양이와 암컷인 양말이 미팅을 시켜주기도 했다. 물론 스트리트 출신 우리 앙칼진 양말이 등쌀에 온실 속 화초처럼 나고 자란 그 고양이는 “야옹” 소리 한마디 못하고 쫓겨나긴 했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우리 고양이 사진을 보며 자신도 강아지, 고양이를 정말 좋아한다면서 종을 물어보는 경우다. 코숏(코리아 숏헤어)이라고 대답하면 백이면 백 어리둥절 “그게 뭔가” 하는 표정으로 날 본다. 그럴 때 나는 한마디로 길고양이라고 말해준다. 그제야 의문이 풀려 “아~” 하는 대답이 나오면 그때부터 다시 대화는 단절되고 만다.

내가 애묘인이 된 뒤로 고양이를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과하게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남자는 만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처음에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주 접하다 보면,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들 거라는 확신은 있다.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길고양이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기꺼이 입양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년에는 그런 따뜻한 감성을 가진 인연을 꼭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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