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잿빛으로 물들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면 누구나 분위기에 몸을 실어 감상에 빠져들게 된다. 감상은 곧 사랑의 추억으로 직결되고, 아름답고 찬란했던, 혹은 힘겨웠으나 너무나도 사랑했던 상대방을 머리속에 두둥실 떠올린다. 비가 오는 날, 그동안 잊고 지내던 과거의 사랑을 추억하는 여섯곡의 노래를 소개한다.

 

에픽하이 - Let it rain
비를 소재로 그려낸 처절한 사랑의 아픔

에픽하이의 'Let It Rain'은 처절한 보컬로 유명한 김종완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몽환적이고 우울한 감성을 한껏 끄집어낸 노래로, 이별이라는 감정 앞에 무뎌지고 잔인해진 한국 사회의 남녀 모두에게 바치는 곡이다. 노래는 사랑의 가장 극적인 설정과 표현들로 이별을 예감하는 한 남자의 감정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노래 속에서 빗방울은 눈물의 표현으로, 슬픔과 거짓을 씻고자 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에피톤 프로젝트 - 나는 그사람이 아프다(feat.타루)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다룬 앨범 '사랑의 단상 Chapter 1'에 실린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는 벚꽃 떨어지는 날부터 겨울이 오기까지 함께 하고 싶었던 가녀린 사랑의 욕망을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피아노 소리가 주가 되는 이 곡은 감성적인 멜로디에 피아노와 빗소리같은 선율이 제목처럼 아프게 다가온다. 비 오던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노래.

 

태연 - Rain
비가 되어 다가와 내 영혼을 환히 밝혀줘 

SM만의 독자적인 디지털 음악 채널 'STATION'의 선발주자 태연의 'Rain'은 재즈의 느낌을 살린 미디움 템포 곡으로 독특한 멜로디와 코드로 진행된다. 가사 내용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추억을 '비'에 빗대 사랑을 회상하는 쓸쓸한 스토리를 옮겨적었다. 아픈 기억보다는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추억만을 다시 한번 아로새기며 '아름다웠던 너'라고 칭하는 후렴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아이유 - Rain Drop
비가 오면 생각나는 소녀의 첫사랑

아이유 신드롬의 전초가 된 앨범 '잔소리'에 실린 수록곡 'Rain drop'은 여린 소녀가 느끼는 첫사랑의 그리움을 스토리로 그린 곡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효과음이 인상적이다. 아이유의 소녀다운 감수성이 녹아 든 청명한 보컬과 상큼하면서도 감미로운 멜로디가 한데 어우러져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살려내는 듯하다.

 

에픽하이 - 우산
비가 발목에 고이면 I CRY

에픽하이의 5집 앨범 수록곡 '우산'이 타이틀곡 보다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별한 후의 아픔을 진솔하게, 또 공감을 불러일으키게끔 적어내린 가사 때문이었다. 뛰어난 스토리텔링 기법이 마치 한 편의 뮤지컬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피처링으로 참여한 가수 윤하의 부드럽고 투명한 보컬은, 비가 발목까지 잠기더라도 멍하니 서있기만 하는 여자를 연상시켜 노래에서 묻어나는 그리움을 배가시킨다.

 

김예림 - Rain
때마침 비가 와서 소리내어 우는

김예림의 두번째 미니 앨범 'Her Voice'의 선공개곡으로 리스너들의 관심을 모았던 'Rain'은 비가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날 법한, 촉촉하면서도 아련한 감성을 담은 노래이다. 김예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분위기와 함께, 이상순이 기타를, 조윤성이 피아노를 맡아 노래에 깊이를 더했다. 비가 내리면 누구나 감상에 빠진다는 사실을 도식적이지 않게, 그리고 전형적이지 않게 이야기하는 가사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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