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취업준비생 781명을 대상으로 '2018 취업 시장 기대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7년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72.2%가 '많이 힘들었다'고 답했다. 2018 취업시장 기대감에 대한 질문에는 54.2%가 '올해와 비슷할 것 같다'는 응답을 했으며, 10명 중 3명 정도인 29.1%는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반면 '올해보다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구직자는 16.8%에 그쳤다.

2018년에도 청년들의 제1 화두는 '취업'이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성은(26)씨 역시 지난해 8월,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취준생

"취업 준비는 재학생이었던 2015년부터 조금씩 하긴 했다. 집안에 승무원이 많고, 집에서 그쪽으로 지원을 해줘서 처음에는 승무원만 준비했다. 서류 합격은 많이 됐는데 면접이 나랑 잘 맞지 않아서 작년 하반기부터는 일반 기업도 다 쓰기 시작했다. 내 전공이 경영학인데, 전공이랑 관련 있는 곳으로 취업하고 싶어서 전산회계와 전산세무 학원도 다니는 중이다."

취준생으로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였다. 특히 1차 면접에서 떨어지면 단칼에 '가능성 없음'이라는 판정을 받는 기분이 들어 속상하곤 했다.

"옛날에는 그냥 넘겼을 법한 말도 요즘은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특히 취업한 친구들의 직장 얘기를 들으면 박탈감을 종종 느낀다. 취업한 친구가 푸념하는데, 취준생인 내 입장에서는 배부른 소리로 들리더라. 힘든 건 알겠지만 굳이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해야 했나 싶다."

취업 준비와 일을 병행하는 취업준비생이 많다. 김성은 씨는 모두 다 그렇게 살아서 그게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는다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게 어떤 삶의 표준 같다. 스터디 모임에서 근황을 물으면 어디서 아르바이트한다는 답변이 대부분이다. 취업 준비하는 것도 다 돈이다. 사진 찍을 때도, 정장 빌릴 때도 돈이 나간다. 스터디를 하면 스터디 룸 비용을 또 내야 한다. 거기에 면접 수업 같은 것도 듣는다. 요즘은 강의를 듣지 않으면 좋은 곳에 취직하기 어렵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그는 대구 출신이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상경한 이후로 혼자 산다. 가족과 함께 살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를 보면 마음이 안정돼 보여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 언제나 도움이 되는 존재인 건 아니다. 때로는 부담이기도 했다.

"가족 채팅방에 취업 준비 상황에 대해 일일이 얘기하진 않는다. 한 번은 채팅방에 곰탕 먹는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아빠가 장문의 메시지로 할 일도 하면서 놀아야 한다고 그러는 거다. 너무 화가 나고 억울했다. 서류 냈다고 말하면 결과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물으니까 압박되고, 떨어졌을 때 알리기도 불편해서 평소에 말을 안 했을 뿐이었다. 탈락 소식을 들으면 듣는 가족들도 불편할 거 아닌가."

 

 

#자취생

2012년 대학 입학과 동시에 홀로 자취를 시작해 벌써 자취 7년 차에 접어들었다. 김성은씨는 가족들과 함께 살 때는 집안일에 무관심했는데 자취를 시작하고부터는 설거짓거리가 쌓여 있는 꼴을 못 본다며 웃었다.

"1인분으로 소포장해서 파는 음식이 흔치 않아서 그게 제일 힘들다. 음식이 너무 빨리 상한다. 과일도 혼자 살면 한 종류밖에 못 산다. 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서 그건 만족한다. 집에 있으면 조용하고,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많다. 여건만 되면 앞으로도 혼자 살고 싶다. 누구랑 같이 사는 게 힘들어서 기숙사도 안 들어갔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때는 주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 본다고 답했다. 이른바 '집순이'다. 요새는 캘리그라피에 빠져 있다고도 덧붙였다. 집 밖으로 나가도 그는 '혼놀족'이다.

"혼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남 눈치를 안 봐도 된다. 다른 사람이랑 다니면 말도 행동도 조심스러워진다. 혼자 다니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되니까 좋다. 유일하게 혼자 사는 게 후회될 때는 고양이들을 두고 여행을 떠나야 할 때다."

 

 

#냥집사

김성은 씨는 2014년 9월부터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첫째는 흑백 젖소 무늬를 지닌 '빵이'고, 둘째는 고등어 무늬의 '별이'다. 고양이 집사로서의 고충을 묻자 경제적인 부분을 들었다.

"동물병원도 면세해 줬으면 좋겠다. 비싸기도 너무 비싸고,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비싼 데는 부르는 게 값인 경우도 있다. 엑스레이 비용도 사람보다 높다. 동물병원 보험도 필요하다. 취직하면 고양이들을 위한 적금을 따로 들 계획이다."

고양이들을 키우면서 뭐가 제일 좋냐고 묻자 그는 '보고 있으면 그냥 좋다'고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잠시 생각하던 김성은 씨는 취준생으로 살면서 고양이들에게 위로받은 경험을 고백했다.

"승무원 면접에서 여섯 번째 떨어졌을 때였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싶어서 집에서 혼자 많이 울었다. 빵이, 별이가 걱정이 됐는지 내 옆으로 와서 날 계속 쳐다봐 줬다. 앉아서 꼬리로 자기 몸을 말고 똘똘하게 날 보는데 너무 귀여웠다. 그런 걸로 위로를 받곤 한다."

 

김성은씨의 고양이 빵이와 별이

 

마지막으로 그는 고양이들을 자랑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빵이는 애교가 많고 똑똑하고 뭐든지 잘 먹으며, 함께 태어난 형제 중에서 유일하게 무늬가 있는 고양이다. 별이는 간식을 잘 안 먹고 사료를 많이 먹는다. 인간으로 치면 쌀밥만 먹는 셈이다. 또, 눈치가 빠르다. 빵이는 부를 때마다 대답하는 살가움이 있고, 별이는 간절하게 불러야만 대답하는 시크함이 있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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