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에 ‘신기한 자판기’들이 늘어나고 있다. 음료수 정도가 고작이던 판매 품목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아진 것은 물론, ‘감성’으로 포장된 독특한 자판기까지 등장했다. 

‘자판기 붐’이 일어나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1인 가구의 증가다. 굳이 점포까지 가지 않고도 소량의 상품을 사고 싶은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자판기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또한 ‘언택트(사람과의 접촉이 없다는 뜻의 신조어)’ 시대를 맞아 점원을 만나지 않고도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장점도 크게 비쳐진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있다. 인건비가 비싸지면 장기적으로 돈 들 일이 없는 자판기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꽃 자판기

최근 도심에서 ‘꽃 자판기’를 봤다는 목격담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꽃 자판기’는 이색 창업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꽃을 사기 위해 꽃가게에 들렀는데 마음에 드는 꽃이 없는 상황을 겪지 않아도 되며, 생화뿐 아니라 보존처리된 ‘프리저브드’, 비누공예 꽃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자판기업체 '꽃너울'의 꽃 자판기.

★화장품 자판기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화장품 자판기 ‘미니숍’을 일부 매장에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자판기에 돈을 넣으면 화장품이 나오며, 매장 화장품보다 용량이 적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다. 신세계 강남점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도 완전한 의미의 자판기는 아니지만 구매금액 적립을 통해 원하는 화장품을 뽑을 수 있는 ‘벤딩 머신’을 설치했다.  

 

★라면-아이스크림 자판기

일본 여행을 가면 신기하게 보이던 라면이나 우동 자판기도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버튼만 누르면 3분 내에 끓인 라면이 나오는 ‘라면 자판기’가 등장했다. 아직 흔하지는 않지만 설치된 곳에선 인기있다. ‘백종원 역전우동’ 역시 우동이 기계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주문을 자판기로 받는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도 지난해 서울 청담동, 한남동 지점에 ‘아이스크림 ATM’을 마련했다. 24시간 내내 사먹을 수 있다.

라면 자판기 '라면박사' CF 캡처 화면.

 

★고기-반찬 자판기

농협중앙회 본관에 설치된 ‘IoT 식육 스마트 판매시스템(한우자판기)’도 화제를 모았다. 정육점에 가야만 구매가 가능하던 고기가 부위별, 양념별로 진공포장돼 나온다. 2018년 이 자판기는 더 확대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반찬 자판기’를 두고 인기 반찬을 자판기로 파는 반찬가게도 생겨, ‘집 밥’ 준비조차 자판기로 가능한 시대가 다가왔다. 

 

★헌잭, 누군가의 글 자판기

대학가에는 ‘감성’으로 포장된 이색 자판기도 등장했다. 부산대학교 도서관에 설치된 ‘글 자판기’가 대표적이다. ‘한바닥’이라는 이름을 단 이 자판기는 익명의 사람들이 ‘한바닥’ 홈페이지에서 자유로운 주제를 갖고 쓴 글을 출력해준다. 누가 썼는지 모를 글귀에 위로를 받았다는 후기가 많아지며 유명해졌다.

연세대 학생들의 비영리단체 ‘책 it out’이 만든 ‘헌책 자판기’도 있다. 청계천 중고서점가를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헌 책을 랜덤으로 보내주는 ‘럭키박스’ 배송 서비스에 이어, ‘설렘 자판기’라는 이름을 단 책 자판기를 만들어 고양 스타필드에 설치했다. 어떤 헌 책이 나올지 모르는 ‘설렘’까지 이용자에게 선물하는 대표적인 ‘감성 자판기’다. 

헌 책이 나오는 '설렘 자판기'.

사진출처=꽃너울, 라면박사, 책 it out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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