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정재광은 야구 문외한이다. 즐기는 스포츠도 없다. 그런 그가 야구 영화에 출연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노력이 필요했고 피땀눈물을 쏟아야했다. 또한 30대여서 10대로 보이게 해야했다.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재광은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저는 야구에 대해 잘 몰랐어요. 정말 많이 연습했죠. 처음엔 시속 60km 공도 못 쳤는데 나중에는 160km 공을 치게 됐어요. 손에 피가 나고 굳은살이 잡히고. 그때 광호의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왜 프로야구선수의 꿈을 접을 수 없는지 말이에요. 영화에서 제가 야구하는 장면이 많이 편집됐어요. 개인적으로는 슬라이딩 장면이 무서웠어요. 뛰는 건 괜찮은데 상대와 부딪힐 수 있어 겁이나더라고요.”

“30대지만 10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주변 동료들 덕분이죠. 이규성, 송희재 배우 등 출연진 대다수가 저보다 어려요. 이 배우들은 어린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 제가 자연스럽게 묻어갈 수 있었죠. 그 친구들한테 감사해요. 실제로 현장에서 나이 상관없이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연기적으로 광호를 어린 애처럼 보이게 해야한다는 마음보다는 순수하게 꿈을 나아가는 모습, 말투, 억양을 통해 그 나이대로 느껴지길 바랐어요.

광호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듯 정재광의 인생과도 비슷하다. 광호는 좋은 어른이 주변에 없고 프로야구선수가 되지 않으면 인생이 없어져버릴 것 같은 혼란에 빠진다. 누구나 그 시기 어려움을 겪었듯 정재광도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춤을 춘 학생이 연기에 빠졌고 지금은 다양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드래프트 탈락 신을 3회차에 찍었어요. 중요한 신이어서 10분만 달라고 했어요. 음악을 듣고 눈 감고 마음을 텅 비어 놓은 상태로 갔는데 모두 광호의 마음을 아는 듯 응원하는 게 느껴져 감사했어요. 정말 큰 도움을 받았죠. 수제비집에서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는 장면에서는 미술팀 스태프분이 우셨어요. 입시할 때가 생각났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낫아웃’은 광호, 프로야구선수가 꿈인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나이대를 겪어온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저는 중고등학교 때 춤을 췄었어요. 공부를 잘 안했죠.(웃음) 제이블랙이 대회를 여실 때마다 참여하기도 했어요. 우승은 못 해도 어깨너머로 배우려고 했죠. 그랬던 제가 갑자기 연기를 한다고 하니 부모님은 놀라셨죠. 하지만 응원해주셨어요. 저는 부모라는 좋은 어른을 만나 행운이었어요. 평소엔 관심 있는 게 정말 많아요. 하루에 6시간 정도 걷고 예전엔 그림도 그렸죠. 패션은 원래 관심 있던 게 아니라 공허함을 채우려다 보니 끌리더라고요. 주변에서 잘 입는다고 해주셔서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라고 하세요. 요즘엔 인테리어에 취미가 생겨서 벽지를 다 뜯어내고 있어요.(웃음)”

정재광은 영화 ‘버티고’,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주목 받은 뒤 현재 영화 ‘파이프라인’ ‘범죄도시2’, 드라마 ‘알고 있지만’ 등 개봉과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다들 어렵지만 정재광은 이를 극복하고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아직 죽지 않아 죽기살기로 뛰어야하는 낫아웃 상황처럼 정재광도 1루 베이스를 밟기 위해 계속 전력질주하고 있다.

“제가 호아킨 피닉스를 정말 좋아해요. ‘조커’를 보고 정말 놀랐죠. 아버지께서 ‘글래디에이터’마니아셔서 계속 보게 돼 호아킨 피닉스를 그때부터 알게 됐어요. ‘마스터’에서 그의 연기는 끝판왕이었죠. 호아킨 피닉스가 부러워요. 자신의 흔적을 영화에 고스란히 남기잖아요. 그는 물론, 톰 하디도 좋아해요. 현실의 자기 모습을 영화에 그대로 투영해도 이질감 없는 그런 배우들. 제가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는 아직 멀었어요. 게임으로 따지면 회원가입해서 로그인하고 레벨1에서 2로 한단계 올라간 정도죠. 제 배우 인생은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저란 배우를 알리는 계기가 오면 좋겠어요. 제대로 말이죠. 배우로서는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서는 성장한 거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 배우로서도 성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저 혼자 성장하는 걸 바라지 않아요. 주변사람들이 같이 성장해야 저도 힘을 받죠. 앞으로 ‘낫아웃’ 같은 영화를 또 찍고 싶어요. 극을 온전히 이끌어가는 역할 말이에요.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저를 많이 굴리고 싶어요.(웃음)”

사진=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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