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타계한 이춘연 씨네2000 대표 겸 영화인회 이사장(70)의 영결식이 15일 빈소인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벌써 보고 싶습니다 두목'이란 글귀가 중앙에 걸린 영결식장에는 안성기, 설경구, 손예진 등 영화계 선후배 감독, 배우, 제작자 등 5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진 고인의 영결식은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영결식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는 "이춘연 이름 석 자가 빠진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황당한 시나리오를 한편 받게 됐다"며 "당장 저 뒤에서 '해효야 재미없어 빨리 끝내'라고 하실 대표님 모습이 그려진다"고 운을 뗐다.

이창동 감독은 추도사에서 "늘 농담을 좋아하던 형이었기에 이 자리 또한 형이 만들어놓은 장난스러운 이벤트가 아닌가 싶다"며 "후배들한테는 무슨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는 듬직한 맏형이었고, 더 젊은 사람에게는 아버지가 되어줬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감정에 복받쳐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당신만큼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가면 안 되는 것이었다. 뒤에 남은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슬퍼했다.

고인의 대표작인 '여고괴담' 시리즈의 두 번째 편에 출연하며 스크린에 데뷔한 배우 김규리는 이 대표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하는 편지를 읽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는 "푸른 산처럼 우리 곁에 계실 줄 알았다. 이런 말을 하면 '야 밥은 먹었냐. 밥 먹고 다시 전화해라. 허허허'라고 말해주실 텐데"라며 흐느꼈다.

배우 이병헌은 고인과 함께 작업한 영화 '중독'을 언급하며 "대중적으로는 실패했지만 필모그래피의 자랑스러운 작품이다. 그때는 박수받지 못한 저주받은 걸작을 안겨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춘연 대표님 우리 곁을 떠났지만 떠나지 않았다. 불멸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으로 생각한다. 계속 남아서 잘 지켜봐 달라"며 "무한히 존경하고 사랑하고,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1951년 전라남도 신안 출생의 고인은 84년 '과부춤'을 시작으로 '접시꽃 당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영웅연가' '더 테러 라이브' 등을 기획·제작하며 한국영화의 중흥을 이끌었다. 또 1990년대 '여고괴담' 시리즈를 제작해 한국 공포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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