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사람의 조화가 앞으로의 트렌드가 될 거예요.”

젊은 CEO가 그렇게 잘라 말하는 순간 ‘정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런 판단이 뚜렷하지 않다면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대 싱글녀’ 황희원은 지난해 말 ‘반려동물 집사’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likalika(리카리카)’를 만들었다. 일견 겁없어 보이는 시도였지만 지난해 말 런칭 이후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거리라는 이태원 경리단길 편집숍 ‘BIENBIEN’ 입점을 시작으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다.

흔치 않은 20대 중반의 싱글 여성 CEO라는 점을 보고 인터뷰에 나섰다. 하지만 ‘유예’가 일상이 된 세대라는 20대의 인상과 달리 스피디하게 살아온 짧은 인생 경험담이 흥미롭게 펼쳐졌다.

 

 

★94년생, 10학번, 3곳의 회사

황희원 대표는 1994년생이다. 한국 나이로도 25살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학부는 물론 석사까지 졸업한 지 2년이 됐다. 중학생 때 해외로 이주해 해외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학년제가 유연하게 운영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숨가쁘게 달려온 ‘야망 20대’인 건 사실이다.

황 대표는 “2010년, 17살에 해외에서 대학에 입학해서 20살 때 졸업했어요. 그리고 21살에 국내 대학원 석사과정을 시작해서 2년 뒤 졸업하면서 국제통상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어요. 제가 욕심이 있고 노력을 많이 하긴 해요”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어째서 쉬는 시간을 갖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20대에 내 사업을 시작해야겠다’는 목표가 꾸준히 있었고,  대학 시절 기업 통역 등의 아르바이트를 맡으면서 비즈니스 마인드와 식견도 넓힐 수 있었는데 그런 과정이 재미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석사과정 중 회사생활도 시작해, 3곳의 회사에서 마케팅 일을 하며 경력을 쌓았다.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콘텐츠 기업, 외국계 패션기업이었다. “다양한 업계를 경험하고 싶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사업을 결심하기까지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저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많을수록 더 신나고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결국 내 사업이 답이라고 결론 내리게 됐죠.”

 

 

★돌아온 한국, 창업과 싱글 라이프

부모님이 여전히 해외에 계신 가운데 대학원 진학을 위해 돌아온 한국에서 황 대표는 혼자였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연락하던 한국 친구들을 20살이 넘어 돌아와서 다시 찾는다는 것도 어려웠어요. 결국 대학원을 다니면서 새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됐는데, 워낙 어린 나이에 석사에 입학하다보니 대학원 동료들은 적어도 4~5살은 많은 데다 경력도 긴 분들이었지요. 덕분에 배울 점도 많았어요”라며 긍정적인 면을 짚었다.

하지만 가족과 멀리 떨어진 싱글 라이프는 결국 ‘반려견’이란 친구를 들이게 됐고, ‘이거야말로 내가 정말 좋아해서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확신과 함께 반려견 브랜드를 런칭하는 계기가 됐다.

황 대표는 “어린 시절 개, 고양이는 물론 앵무새, 거북이, 장수풍뎅이까지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자라온 점이 큰 것 같아요”라면서도 “반려동물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사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시작을 한 이유는 ‘키우는 동물에 대한 사랑이 유망함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유망하다고 무작정 뛰어들기보단 정말 사랑하는 일을 해야 더 흥이 나고, 결국 진심이 통해서 사업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자마자 ‘갖다 버리고 싶어진’ 경험에서 출발

말하기도 긴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것을 계속 강조하는 황 대표에게 ‘라이프스타일’이 왜 들어가느냐고 물었다. ‘라이프스타일’이 들어가는 것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본격적인 콘셉트는 자신의 푸들을 위한 ‘반려견 방석’에서 출발했다.

“꽤 비싼 값을 주고  요즘 유행한다는 방석을 샀어요. 그런데 정말 그 방석 혼자 우리 집 인테리어에서 따로 놀더라고요. 게다가 원단도 싸구려라 강아지가 몇 번 가지고 노니 금방 망가지고 솜도 터지고…디자인이 그렇게 촌스러울 수가 없어요. 사자마자 갖다 버리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반려견 용품’들을 보니 대부분 그런 식이에요. 그래서 내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담요 하나를 마련해도 추우면 주인도 쓰고, 반려동물도 덮을 수 있는 물건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커플룩’이 아니라, 사람과 반려동물의 ‘조화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모토다.

이 때문에 ‘리카리카’의 화보 촬영 역시 제품에 플래시를 직접 터뜨리지 않고 인테리어 화보처럼 자연광 아래에서 반려견과 함께하는 일상을 담았다.

‘야망 20대’의 향후의 꿈 역시 ‘반려동물과의 조화로운 라이프’에 한몫 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숍을 열게 되면 반려동물과 주인을 위한 클래스나 조화로운 생활을 위한 여러 가지 캠페인을 하고 싶어요.”

그는 ‘반려동물만 우선’인 문화도 경계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견을 위한 카페나 펜션도 늘어나고 있지요. 그런데 또 이런 곳에 가면 반려견은 호강하는데, 주인은 땡볕 아래에서 고생막심이에요. 너무 극과 극이잖아요? 반려견과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조화를 이뤄야지요. 그렇게 되려면 또한 ‘개한테 이렇게까지?’라는 말은 말고 같이 조화롭게 살아갈 생각을 해야 해요.”

사진=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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