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나홀로족’들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혼자인 것인지, 아니면 때로는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할 때도 있지만, 울적한 어느 날은 ‘왜 나만 같이 밥 먹을 사람조차 없나’를 한탄하기도 한다.

이렇게 복합적인 ‘나홀로족’의 마음처럼, 1인 가구를 상징하는 식문화 ‘혼밥’과 ‘소셜 다이닝(마음 맞는 사람끼리 어울려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은 서로 매우 다른 성질임에도 몇 년간 양대산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혼밥’ 문화가 진화를 거듭하며 나날이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는 데 반해, ‘소셜 다이닝’ 문화는 다소 주춤해 보인다.

 

 

★혼밥, 같이 와도 혼자 먹는다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운영하는 일본 라멘 체인으로 유명해진 ‘아오리의 행방불명(아오리라멘)’은 철저히 혼자 먹어야만 하는 시스템이다.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쳐져 있어, 두 명이 같이 갔더라도 각자 칸막이에 들어가서 먹어야 하므로 서로 마주볼 수도 없다. ‘이치멘’ 등의 일본 라멘집들도 비슷한 콘셉트다. ‘아오리라멘’은 런칭 약 1년 만에 여러 지점을 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칸막이가 쳐진 '아오리라멘'의 매장 내부.

이곳뿐 아니라 혼밥에 초점을 둔 식당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인 샤브샤브가 가능한 ‘제일제면소’, 주문부터 계산까지 셀프로 진행되는 우동집 ‘마루가메제면’, 1인석이 마련된 회전초밥집 ‘스시로’, 1인 고기구이 한상이 기본인 ‘가고식당’ 등 언급하기도 벅찰 만큼 많다.

특히 샤브샤브나 고기구이 등 혼자 먹기 힘들 것 같던 메뉴도 ‘혼밥’이 가능해진 점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아오리라멘’처럼 ‘무조건 혼밥’은 아니더라도 일본의 인기만화 ‘심야식당’처럼 주인 1명이 혼자 적은 메뉴로 혼자 운영하는 식당, 자판기로 주문을 받는 식당, 1~2인 좌석이 고루 섞여 있는 식당 등 ‘혼밥’도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혼자이기 때문에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는 ‘혼밥’의 매력은 오래 먹든, 이야기를 하지 않든, 어떤 차림새이든 아무도 상관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매력에 빠진 이들은 적어도 ‘1인 식당’의 증가세를 보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셜 다이닝, 모이면 좋았는데…왜?

‘소셜 다이닝’의 콘셉트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 것은 2012년경이었다. ‘혼자 밥 먹기 싫은 사람들이 모여 식재료와 화제를 공유하며 함께 식사하는 것’이라는 개념은 수면 아래에 있던 ‘나홀로족’들의 소통 욕구를 건드렸다. 이와 함께 소셜 다이닝 사이트 중 ‘원조’ 취급을 받는 ‘집밥’이 생겨났으며, 이어 2013~2014년경 우후죽순으로 ‘소셜 다이닝’을 표방하는 다양한 업체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4~5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많이 다르다.

‘사람책’을 빌려주는 ‘사람도서관’이라는 콘셉트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제공하고, 소규모 모임 및 인맥 형성을 도와 ‘소셜 다이닝’의 진화한 형태로 평가받던 ‘위즈돔’은 2018년 1월 1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유망 스타트업으로 한때 크게 주목받았던 서비스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위즈돔'의 서비스 종료 공지.

이곳뿐 아니라 강연을 들으며 식사를 하는 형식이었던 ‘톡파티’, SBS ‘짝’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던 ‘미팅데이’, 한때 꽤나 큰 함께 밥먹기 모임 사이트였던 ‘번개’ 등이 모두 사라졌다.

소셜 다이닝의 명맥은 ‘원조’인 ‘집밥’과 지역별로 혼밥, 혼술하기 좋은 곳을 소개하고 관심사별로 모임을 하게 해주는 ‘혼밥인의 만찬’ 등이 이어가고 있다. 이곳들은 ‘같이 밥을 먹는다’는 소셜 다이닝의 기본 콘셉트에 충실하면서도 ‘혼밥’과 소통을 함께 원하는 나홀로족들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들을 선보인다.

‘집밥’은 누구나 쉽게 관심사, 지역별로 모임을 개설해 서로 재능과 이야기를 나누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했다. 또 ‘혼밥인의 만찬’은 같이 식사할 사람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혼밥하기 좋은 식당’을 추천해 진정한 혼밥을 원하는 이들까지 만족시키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접근이 쉬우면서도 나름의 차별화된 서비스만 살아남았다. ‘나홀로족’이 무조건 이런저런 소통을 원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소셜 다이닝’은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내 소셜 다이닝 원조 사이트 '집밥'의 서비스 안내문.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인데…

‘집밥’의 창업자 박인은 지난해 집밥 모임란에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글을 썼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공허함을 느끼고, 점점 모임에서도 가면을 쓴 듯한 자신이 보이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해외로 떠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돌고돌아 ‘결국 사람’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그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코리빙(co-living: 함께 살기) 실험을 하며 또다른 모임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혼밥’과 ‘소셜 다이닝’의 관계 또한 유사하다. 사람이 불편해 ‘혼밥’을 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사람과의 소통을 누구보다 원하는 나홀로족들은 ‘소셜 다이닝’을 즐겼다. 그러나 사람과의 소통이 불가피하게 가져오는 피로는 또 진정한 ‘혼밥’으로 이들을 이끌었다. 돌고 도는 관계 속 많은 커뮤니티들이 명멸하는 이러한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아오리의 행방불명' 공식 인스타그램, 위즈돔, 집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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