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기로 한 가운데,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까지 구성하기로 합의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남북은 지난 1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평창올림픽 북측 대표단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차관급 실무회담을 열고 여자 아이스하키의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남북 단일팀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같은해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이어 역대 3번째다. '평화올림픽' 기조는 물론,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 그리고 세계 만방에 남북관계의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등 무시하지 못할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면 우리 선수는 23명 그대로 출전한다. 이에 더해 북한 선수단의 출전 규모를 플러스 알파로 IOC와 협의하는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의 피해는 없다. 오히려 북한의 우수 선수를 참가시키면 전력이 보강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2월9일)을 보름여 앞둔 17일 충북 진천 선수촌을 찾아가 논란이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이처럼 찬성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평창에서 남과 북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 함께 경기에 임한다면 그 모습 자체가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며 “만약 공동입장을 하거나 단일팀을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이 단순히 참가하는 것 이상으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훨씬 좋은 단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가 차원의 이익을 바라보고 있는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진행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끄는 새라 머리(캐나다) 감독은 16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남북 단일팀에 대한 아무런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올림픽이 이렇게 임박한 시점에서 단일팀 얘기가 나온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머리 감독은 “지금처럼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추가될 경우 조직력에 위험이 될 수 있다”며 “(북한 선수에게) 대표팀의 시스템을 가르치는 데만 해도 한 달이 걸린다. 나 역시 불안하다”고 밝혔다. 이어 “늦게 합류하는 북한 선수들에게 자리를 뺏기는 선수들은 박탈감으로 사기가 꺾일 것”이라며 선수들의 사기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무리한 단일팀 구성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존재한다. 한 여론조사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72.9%가 ‘무리해서 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도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반대하는 청원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한국과 경기를 치르는 상대 팀도 단일팀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의 첫 경기 상대인 스위스의 아이스하키협회는 “단일팀을 통해 남북한이 서로 가까워진다면 세계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지만, 스포츠의 관점에서는 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한 바 있다.

 

사진 SBS스포츠, SBS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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