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결혼한 사람들이 모이면 조금씩 배우자의 흉을 봅니다. 특히 아내들의 ‘단골 레퍼토리’가 ‘집안일 안 하는 남편’입니다. 정말 기본적인 집안일조차 몸에 배어 있지 않아서, 요청을 해도 ‘업무 마비’ 상태에 빠질 때가 많다는 것이죠.

“맞벌이인데도 주말에 밀린 집안일 하는 건 나뿐이고, 남편은 잠만 자요. 남편인지 신생아인지 모르겠어요”, “빨래바구니에 항상 양말을 뒤집은 채 넣는 이유는 뭘까요”, “걸레와 수건을 같이 세탁기에 돌리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어요” 등 일화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으레 “부모님하고 살 때 집에서 하나도 일을 안 시켜서 그래요”라는 볼멘 소리가 뒤따릅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남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집안일을 안 해보고 자란 여자들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이 와중에 아내보다도 집안일에 능해 청소, 요리, 빨래, 아이보기까지 ‘팔방미인’인 남편의 이야기가 가끔 등장하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아니냐”는 부러움 섞인 찬사가 쏟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비결을 자연스레 묻게 되는데, 많은 경우 “오랫동안 자취 생활을 해서...”라는 답이 나오곤 합니다.

자취생이라고 반드시 살림에 능하지는 않겠지만, 기숙사처럼 ‘잠만 자는 생활 공간’이 아닌 부엌과 화장실이 갖춰진 집에서 몇 년 정도 1인 가구로 살았다면 어느 정도는 집안일에 익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도 대신 해 줄 사람이 없다면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커튼 세탁, 현관과 화장실 청소, 싱크대 정리와 청소 등 가족과 함께 살 때는 누군가 해주던 일도 ‘내 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어서 주스를 마시고 난 뒤 남은 컵을 머리맡에 뒀더니, 몇 날 며칠이 가도록 그대로 있다가 파리가 생기더라는 한 자취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경험을 한 뒤 집안일을 조금은 덜 미루게 됐다는 겁니다. 집안일에 대해 ‘주인 의식’이 생긴 것이죠.

남녀를 불문하고, 결혼하기 전에 상대가 집안일에 대해 ‘주인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예상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독립된 싱글 가구로 일정 기간 살아 본 적이 있는가’입니다.

‘집안일 능력 제로’인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들은 “그런 중요한 조건을 미리 안 따져보고 결혼하다니…”라며 뒤늦게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날이 똑똑해져 가는 싱글 여성들은 ‘결혼을 하게 되면 꼭 저런 면도 생각해야겠다”며 ‘준비된 싱글남(반대의 경우 싱글녀)’을 신랑감으로 노리게 되지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준비된 싱글남녀’를 배우자로 택했을 때는, 상대의 대한 기대치 또한 똑같이 높기 때문에 ‘잔소리 폭탄’을 맞아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덧붙이고 싶습니다.

상대만큼이나 준비된, 잔소리 따위 나올 일 없는 집안일 능력에다 공평한 가사 분담과 원활한 소통 능력을 갖췄다면 진정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쉬운 얘기는 아니지만요.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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