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도 여행욕구가 충만한 요즘, 그러나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우리에게 여행은 꿈과 같다. 이 아쉬움을 극장에서 달래보는 건 어떨까.
 

롯데시네마에서 오는 2월1일부터 월드타워 중국영화상영관에서 ‘영화로 만나는 중화권 도시’라는 테마로 총 5편의 중화권 영화를 상영한다. 스크린을 통해 홍콩, 상해, 베이징, 청두, 대만 등 중화권 대표 도시 속으로 퐁당 빠져보자.

 

‣ 아비정전(1990)

자유를 갈망하는 바람둥이 아비(장국영)는 매일 오후 3시에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장만옥)을 찾아가 사랑을 전한다. 그의 구애에 마음을 연 수리진은 아비와 결혼하길 원하지만, 아비는 냉정히 그녀를 떠난다. 이후 다른 여자의 품을 전전하며 정착하지 못하는 아비는 결국 자신을 버리고 떠난 친어머니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나고, 그와의 기억을 가슴에 품은 수리진은 아비를 기다리는데... 

‘아비정전’(감독 왕가위)은 ‘그리움’과 ‘허무’로 대표되는 배우 장국영 특유의 매력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그의 매력을 더 심도 깊게 꾸미는 건 90년대 홍콩의 배경이다. 시끌벅적하지만 쓸쓸하게 비어있는 형용모순적 비주얼이 인상적이다. ‘화려함’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홍콩과 과거의 홍콩은 어떻게 다른지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 상해전기(2010)

급변하는 중국, 그 중에서도 상해에는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이 살아 왔다. 역사를 뒤흔든 혁명이나 정치적 암살은 물론, 아련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 속에 거주한 17명의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들의 옛 상해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들의 사연은 얽히고설켜 1930년대부터 2010년에 이르는 상해의 모습을 전한다.

‘세계’ ‘스틸 라이프’ 등을 통해 중국현대사회현상을 신랄하게 표현해 온 지아 장 커 감독의 다큐멘터리 ‘상해전기’는 17명의 상해 사람들의 삶을 따라가며 중국 근현대사의 숨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현재는 중국 고도성장의 상징이 됐지만,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상해의 변화상을 촘촘하게 배치해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 여친남친(2012)

대만 남부 카오슝의 한 고등학교, 메이바오(계륜미)와 리암(장효전) 그리고 아론(봉소악)은 같은 마을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듯한 열대 지방의 풍경이지만, 그곳에도 어김없이 시간은 흐른다. 더불어 이들 사이에도 조금씩 미묘한 연애 감정이 생겨난다. 엇갈린 감정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서로를 향해 이어진다.

‘여친남친’(감독 양야체)은 ‘말할 수 없는 비밀’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배우 계륜미의 독보적인 청순미와 함께 대만의 이국적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매력적인 도시 까오슝을 배경으로 얽히고설킨 세 남녀의 우정과 연애 감정을 섞어 따스하고도 아련한 감성의 영화로 탄생했다. 지난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예매 오픈 후 7초 만에 매진되는 등 한국 관객들에게 어필한 바 있다.

 

‣ 나이팅게일(2013)

18년 전, 아들을 위해 시골에서 베이징으로 떠나온 할아버지(이보전)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향에 가기로 한다. 오랜 세월 유일한 친구였던 새 한 마리를 데리고 떠나는 여행에 손녀 렌싱(양심의)이 갑작스레 합류하지만, 둘의 여행은 난항을 겪는다. 하지만 그 속에서 만나게 된 대자연에 렌싱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데...

2002년 ‘버터플라이’로 노년의 나비수집가와 이웃 꼬마소녀의 여행담으로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필립 뮬 감독의 최근작 ‘나이팅게일’은 전작과 유사한 스토리에 중국 곳곳의 대자연 풍광을 더해 유다른 감상을 전한다. 베이징의 현대식 건물부터 나무와 강이 어우러진 양슈오의 풍경까지 담고 있다. 특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양슈오 특유의 석회암 봉우리와 계단식 논밭은 절경 중의 절경이다.

 

‣ 야공작(2015)

유능한 풀루티스트 엘사(유역비)는 플롯과 비슷한 척팔이라는 악기에 관심을 갖고, 척팔 연주가인 마룽(여명)을 찾아간다. 그와 사랑에 빠진 엘사는 생명을 죽이지 않고 실을 뽑아낼 수 있는 야공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존재를 찾아 나선다. 밤에 피어나는 치명적 본능, 야공작(夜孔雀) 그녀를 둘러싼 뒤엉킨 실타래가 풀어진다.

‘야공작’(감독 다이 시지에)은 음악과 사랑, 모험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야공작이라는 특별함을 찾아 떠나는 엘사는 프랑스의 경치는 물론, 환상적인 뷰를 자랑하는 중국 사천성 청두를 넘나들며 각기 다른 두 지역의 특성과 각기 다른 매력의 세 남자와 한 여자의 로맨스를 잘 결합하여 감각적으로 포착해냈다.

 

사진=각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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