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경기도 가평 노부부 사망·실종사건의 배후에 있는 사이비 종교집단 임여인의 실체가 밝혀졌다.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강가의 미스터리-이목사 부부 사망·실종사건’을 방영했다. 지난 11월12일 가평과 춘천을 잇는 한 강가에서 80대 노인 이모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딸은 어머니가 산책을 간다며 외출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CCTV를 확인해보니 시신 발견 전날 밤 아파트 앞 주차장 CCTV에 사망한 이씨가 한 여성 및 딸과 아파트를 나와 차로 향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가족 소유의 차가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경강교로 향했다. 2시간 후 이씨의 부인이 차에 올랐고 또다시 경강교에 도착했다.

경찰에 따르면 긴급 체포된 딸은 "(부모님이)천국에 가고 싶으니까 경치 좋고 공기 좋은데 내려놓으라 해서 그랬다. 내려놓은 건 사실이지만 그 자체가 죄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사인은 익사였고 이씨의 부인은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 딸 외에 아들이 있지만 2017년 5월 가출신고가 돼 있었다. 수소문 끝에 아들이 절도죄로 외국인 보호시설에 구금돼 있음을 알게 됐다. 이들 가족은 모두 3년 전 미국 뉴저지에서 한국으로 왔고, 노부부는 사망 이틀 전까지 집이 아닌 기도원에 빈번하게 머무르곤 했다.

2014년 한국에 온 이씨 부부는 집에서 딸을 비롯해 사이비 종교 교주인 60대 초반의 여성 임씨, 임씨가 이끄는 거룩한 무리 신도들과 함께 살았다. 이씨는 미국 뉴저지에서 한인 교회를 세운 유명한 목사였다. 아버지, 동생, 큰아들도 목사인 집안이다. 가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미국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는 임씨의 거짓 예언에 현혹돼 부랴부랴 집과 교회,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한국으로 와 청평에서 임씨를 따르는 신도들과 모여 살았다.

미국에서 만난 제보자들이 임씨를 만난 건 2009년에서 2011년 사이다. 당시 임씨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예언 기도를 해주는 목사였다. 따뜻하게 상담을 해주고 과거를 잘 맞춰 그를 따르는 신도들이 많아졌고 이 목사 역시 2010년 말 한 집사의 소개로 임씨를 만났다. 처음엔 임씨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임씨가 젊은 시절 자신의 특별한 영적 경험을 기가 막히게 맞히자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임씨는 과거 폭력적이었던 이 목사에게 씌워진 붉은 용을 떼어내야 한다며 상처 입은 가족들을 현혹했고, 딸을 파수꾼으로 세운 뒤 아버지를 감시하게 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 목사 가족에 대한 감시는 심해졌고 급기야 부부를 감금하기까지 했다. 한국에 와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TV를 못 보게 하고 휴대전화도 못 쓰게 하는 등 외부 세계와 철저히 통제를 시켰다.

 

 

2007년 목사안수를 받았다는 임씨는 1년 만에 자격을 박탈당했다. 성도들에게 접근해 복음과 상관없는 말, 환상이나 꿈꾼 이야기로 성도를 미혹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씨는 제명 후에도 계속 목사 행세를 하고 다녔다.

어느 날부터 임씨는 신도들에게 저주를 퍼붓고 몇몇 신도들이 죽을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저주를 퍼붓고 죽는다고 예언한 신도들 중에는 늘 이 목사가 있었다. 또 임씨가 주로 예언한 사망 장소는 강이었다. 임씨는 과거에도 이목사를 강에 데려가 이상행동을 강요하곤 했다.

딸과 임씨는 자살방조와 교사 혐의로 구속됐다. 제작진에 의해 이목사 사망 전 딸과 임씨가 사전답사를 하듯 강원도 일대를 돌아다녔던 것이 확인됐다. 이런 정황을 보면 임씨는 이목사의 죽음을 계획했고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아들과 제보자들은 새로운 갈취구조를 형성하던 임씨에게 자신의 과거를 속속들이 아는데다 빈털털이가 된 이목사가 필요 없어졌기 때문에 그를 없애려고 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사건 발생 전 이목사 부부를 계속 기도원에 보낸 것도 그것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목사 부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기도원을 찾아다녔고 올해 1월1일 이후 한 기도원 종사자들로부터 이목사 부인을 봤다는 말을 들었지만 더 이상 종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 수사기관은 생존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지만 제작진은 끝까지 이목사 부인의 흔적을 찾아봐줄 것을 시청자에게 당부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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