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맛있는게 왜 이리도 많을까? 일주일만에 돌아온 혼밥도전기는 이제 격주 업데이트라는 원칙을 타파하기로 했다. 사실 네번째 혼밥 장소를 어서 가고 싶은 마음에, 잽싸게 카메라를 들고서 집을 나설수 밖에 없었다는 건 비밀이다☆

 

이전의 혼밥에 비해 가격대가 좀 나가는 곳을 찾았다. 1인 샤브샤브 전문점인 '제일제면소'는 전국에 여러 체인점을 두고 있으며, 회전식 샤브샤브를 제공하는 매장은 서울·경기에서도 단 아홉곳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향한 곳은 바로 광화문역 7번 출구에 위치한 광화문점. 매장에 따라 다르지만 광화문점의 회전식 1인 샤브샤브는 평일 점심 2만2000원, 평일 저녁과 주말, 그리고 공휴일에는 2만7000원에 식사를 할 수 있다.

가격이 비싼 곳이라 그런지 가게 안은 한산했다. 홀 안에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은 느낌.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는데, 근처에 나 말고도 또 다른 1인 손님이 두 명이나 있었다. 이렇게 손님이 없는데 1인 손님은 또 두명이나 되니, 애초에 혼자 와도 부담이 없는 곳이구나 싶었다.

 

열심히 돌고 도는 회전 푸드레일 위에는 부드러운 육질의 쇠고기, 신선한 제철 채소, 그리고 생칼국수면이나 라면 등의 갖가지 사리들이 저마다 한 접시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게 다~ 무제한인 셈이다. 이 외에도 해산물, 유부초밥, 죽, 모듬 떡볶이, 후식 등의 메뉴도 있는데 모두 셰프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물론 무제한으로. 그러나 일단 해산물이고 유부초밥이고 다 필요 없고 고기가 급했던 나는 육수부터 우려내기로 한다.

 

테이블의 모든 자리에 설치된 1인 팟. 맘에 든다. 특이한 점은 바로 온도조절기가 밑부분에 위치해 인덕션 온도를 직접 조절할 수 있다는 것. 한번에 많은 재료를 넣으면 뜨거운 육수가 끓어 넘치기 때문에 주의하란다. 주전자에 있는 건 리필 육수. 육수가 쫄아서 사라지면 직접 따라가며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육수는 맑은 육수와 얼큰한 육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제일 인기가 좋다는 맑은 육수를 달라고 하고 무, 배추, 양파, 파 등 이것저것을 넣고 육수를 우려내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맑은 육수는 원하는 간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고 선택을 후회했다. 대각선 위치에 앉아있는 여성 손님은 날 약올리듯 얼큰 육수를 만족스레 호로록. 으… 나도 얼큰한 거 고를 걸ㅠㅠ

 

하지만 고기만 잘 익히면 될 일 아닌가. 보이는 대로 레일 위를 떠돌던 고기를 집어들었다. 예쁜 빛깔의 쇠고기는 얇게 저민 것도 나오고 두껍게 썬 것도 나온다. 한 접시에 얇은 고기는 세 장씩, 두꺼운 고기는 한 장씩 소량이 올려져 있다. 뭐 고기야 무제한이라 적게 담기든 많이 담기든 상관 없지만, 접시를 계속 나르는 게 일인 가게 직원들은 피곤할 듯 싶었다.

그런데 고기가 너무 간헐적으로 나와서 어떤 때는 오래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라면 사리를 집었을 때에는 후회감이 들었다. 왜 여기까지 와서 나는 라면 사리를… 하지만 맛있었다.

 

물론 고기 역시 맛있었다. 푹 익히면 여느 샤브샤브의 맛과 비슷하지만 우수한 품질의 쇠고기를 쓰는 듯 했다. 냠냠 먹고 있는데,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1인 손님이 어깨춤을 추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분도 고기가 매우 맛있었나보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고기만 20접시를 먹었다. 2만 2000원이나 내고 먹는 건데 그 정도 아니면 억울해서 밤에 잠을 설칠 것 같았다. 다만 계속 빈 접시를 나르느라 수고하신 직원분께 미안했다. 

 

고기 찍어 먹는 소스는 세 개나 줬다. 우와 고마워라. 빨간 건 칠리 소스, 저 노란 소스가 뭔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참깨드레싱이고 그 옆에 있는 건 유자 폰즈란다. 유자? 유자 폰즈? 그냥 간장 아녀?

폰즈의 뜻을 몰랐던 나는 앉은 자리에서 바로 검색을 해보았다. 유자 폰즈 소스. 유자와 간장을 베이스로 만든 소스로 쇠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젓가락으로 콕 찍어 먹어봤다. 유자 맛은 안 나지만, 쌉싸름하면서도 맛이 좋은 장이다. 반면 참깨 드레싱은 밍밍하니 입맛에 안 맞았다. 참깨 특유의 향만 입안에 진하게 남을 뿐 고기 위에선 겉도는 느낌. 사실 고기와 먹었을 때 가장 맛있는 소스는 칠리 소스였다. 마지막까지 싹싹 비벼먹었다.

 

해산물은 셰프님께 달라고 해야 받을 수 있다. 쭈꾸미, 게, 홍합, 새우 등.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비어있는 자리엔 두 마리의 생새우도 누워 있었다. 해산물 역시 무한 리필이지만 나는 별로 안 좋아하니 한 그릇만 받았다. 저것도 다 못 먹었다는 게 함정. 게는 육수에 동동 띄워놓기만 했고 쭈꾸미는 징그러워서 안 먹었다. 새우는 껍질이랑 머리를 떼고 먹긴 했는데, 상당히 조그마했지만 푹 익혀도 신선함이 느껴질 정도로 맛은 좋았다.

내가 먹은 건 점심 메뉴이고, 저녁 메뉴에는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인 관자와 왕새우가 추가된다고. 그래서 조금 마음이 아팠다.

 

팟 안의 육수가 어느새 더러워져 있었지만 교체를 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대신 밀가루가 묻어있는 칼국수 면을 육수 안에 집어넣었다. 칼국수 면은 레일 위에서 가져오면 된다. 한참을 끓이니 육수가 더욱 걸쭉해졌다. 육수가 스며든 칼국수가 매우 쫄깃쫄깃해 솔직히 칼국수만 세 접시를 넣어 먹었다.(한 접시에 두 젓가락치를 줬다) 역시 60년 역사의 면 전문점은 다르구나. 밀가루, 물, 천일염 3가지 재료만을 사용한 무첨가 면발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미 너무 꾸역꾸역 먹어서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질 것 같았지만 마지막 발악마냥 유부초밥과 떡볶이, 푸딩까지 푸짐하게 시켰다. 이 세가지 외에도 죽과 과일 등의 메뉴들은 셰프님께 달라고 해야 받을 수 있다. 유부초밥은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해서 잠시 브레이크타임을 가졌다. 많이 걸리나 싶어서 프렌즈런을 하고 있는데 바로 5분 뒤에 나와서 다시 돼지 풀 가동.

 

유부초밥은 특이한 점이 위에 다진 고기를 얹었다는 거. 하지만 그건 마이너스에 지나지 않았다. 꽤 고급진 비주얼이긴 하다만, 불고기 냄새가 유부 초밥의 향을 다 잡아먹질 않는데다 너무 기름지는 바람에 두입 이상 먹기가 힘들었다. 떡볶이는 떡볶이 떡과 어묵, 고추장 등이 나오고 떡을 직접 익혀 먹어야 한다. 이런 걸 기대한 게 아니었던 나는 귀찮아서 관뒀지만, 괜히 한번 찍어먹어본 소스는 편의점에서 파는 레트로 향 물씬 나는 퀄리티가 아니었다. 전통적인 고추장의 맛. 떡볶이로 먹으면 맛있겠구나 싶었다.

 

시간 제한이 없다고는 하지만, 한시간 반동안 자리를 지키며 우걱대고 있으면 민망해지는 법. 거센 먹부림을 매듭 짓고 한산한 제일제면소를 떠났다. 사실 먹고나니 나중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칼국수가 맛있어서 제일제면소의 다른 면발 메뉴들을 먹어보고 싶었을 뿐. 이것저것 많이 주네 싶다가도, 다 육수 재료라는 걸 알고나니 그닥 끌리지 않는 거다. 물론 고기를 무제한으로 먹고 싶다면 여기만한 곳도 없겠지만!

맛 ★★★★
샤브샤브와 칼국수 등은 훌륭했지만, 유부초밥이나 이상한 참깨 소스 등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탄식이 터져나온다. 

서비스 ★★★★★

친절 그 자체. 방문하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나를 주시하고 있는 직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내가 조금만 움찔해도 발 빠르게 달려오는 당신들은 프로입니다.

1인 특화성 ★★★★★

점심에는 고즈넉하니 혼자 와도 부담 無. 일자 좌석이라 손님들이 많은 저녁에도 무방할 것 같다. 좌석마다 설치된 1인 팟에 회전식 푸드레일까지 지극히 개인적. 나 외에도 혼자 온 손님들이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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