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에서 22일(현지시간) 삼성·LG 등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기로 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관세 부과 권고안에 대해 이 같은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 제품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지 16년 만이다.

삼성과 LG전자를 비롯한 수입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서는 TRQ(저율관세할당)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선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그 다음 해인 2년 차의 경우, 120만 대 이하 물량에는 18%, 120만 대 초과 물량에는 45%를 부과하고 3년 차에는 각각 16%와 40%의 관세가 매겨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세탁기는 연간 200만대 이상으로, 금액으로는 약 10억달러 수준이다. 40% 이상의 미국 수출 물량이 50%의 높은 관세를 맞게 된다는 뜻이다. 두 회사의 세탁기는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며, 현행 관세는 1% 수준이다.

다만 USTR은 삼성과 LG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에도 세이프가드 조치가 발동되는지에 대해선 명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하기 닷새 전인 지난 1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말해 세이프 가드 발동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는 또 한국 등에서 수입한 태양광 제품의 경우 2.5기가와트 기준으로 그 이하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이를 초과하면 1년 차에 3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후 2년 차에 25%, 3년 차에 20%, 4년 차에 15%로 관세를 점차 낮춰가는 방식이다. 첫 해 부과되는 관세율이 ITC가 권고한 35%보다는 낮지만, 한화큐셀, 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 등 국내 태양광업체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