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커플천국, 솔로지옥’과 ‘솔로천국, 커플지옥’ 중 어느 것이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소재나 종류를 막론하고 싱글 라이프를 다룬 영화들이 꽤 많이 있지만, 그 중 ‘더 랍스터’는 상당히 특이합니다.

‘커플이나 싱글이나 어울려서 잘 살아가자’라는 메시지가 있는 따뜻한 영화를 좋아하고, 실제 삶 또한 그렇게 꾸려나가기를 원하는 저 같은 관객에게는 상당히 ‘날 선’ 느낌을 주는 작품이지만 그만큼 강렬합니다. 소재가 독특한 만큼 생각할 거리도 많습니다.

정확히 언젠지 알 수 없는 근미래, ‘커플’이 아닌 사람은 모두 강제로 ‘짝을 찾는 호텔’에 끌려갑니다. 호텔 안에서 45일 동안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되는데, 그나마 어떤 동물로 변하고 싶은지는 선택할 수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아내에게 이혼당해 호텔에 온 남자로, 짝을 못 찾으면 번식력이 좋고 100년을 사는 ‘랍스터’로 변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호텔 밖 세상은 또 다릅니다. 짝을 찾지 않는 ‘자발적 솔로’들이 숲에서 숨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도권 밖의 세상이어서 모든 환경이 열악하지만 ‘게릴라 활동’을 통해 호텔의 커플들 간 신뢰를 깨는 ‘커플 브레이커’로 뛰거나, 도시에 침투해 생필품을 사오는 등 나름의 질서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사랑에 빠지지 말 것’이 단 하나의 규칙인데, 우여곡절 끝에 호텔에서 탈출해 숲으로 온 주인공은 오히려 여기서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되는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결론이 궁금해지는 스토리의 곳곳에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지, 사랑(또는 사랑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은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 등을 묻는 디테일이 숨어있어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결국 영화는 ‘싱글인 것이 죄인 곳’과 ‘커플인 것이 죄인 곳’으로 양극화된 두 가지 사회에서 어느 쪽에 있든 괴로운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때가 됐는데 결혼은 안 해?”라는 질문을 듣다가 원치도 않는 맞선 자리에 끌려간 관객은 호텔에서 짝을 찾는 주인공의 모습에 공감할 겁니다. 또 ‘평생 비혼’을 선언한 친구들 사이에서 ‘인생 연애’를 한다고 고백하기가 꺼려지는 경험이 있다면 ‘자발적 솔로’들의 숲에서 사랑에 빠져버린 주인공에게 동질감을 느낄지도 모르지요.

인생은 마음 가는 대로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실제로 비혼을 선언한 젊은이들의 커뮤니티에서 오히려 인생관이 잘 맞아 결혼을 결심한 남녀가 있었습니다. ‘더 랍스터’의 세계관에서는 안될 말이지만, 사람의 생각은 얼마든지 바뀔 수가 있습니다.

 

 

나쁜 것은 억지로 ‘짝을 찾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주입이겠지요. 그리고 스스로 짝을 만났더라도 ‘저 사람과 나는 분명 공통점이 있으니 운명이다’라는 생각으로 자신마저 속이는 사랑 또한 끝이 좋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 자기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해야 사람은 솔로든 커플이든, 또는 천국이든 지옥이든 행복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좀 비겁하더라도 선택은 항상 변할 수가 있고요. 때문에 딱 잘라서 ‘커플천국, 솔로지옥’과 그 반대 중 어느 것이 맞느냐고 질문하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문제인 것이겠지요.

‘더 랍스터’의 주인공은 짝을 찾지 못하면 마음껏 번식하며 바다 속에서 100년을 산다는 랍스터로 변하고 싶다고 합니다. 번식력이 높다는 점에서 랍스터를 택했다는 사실이, 그가 ‘그래도 자손은 남겨야 한다’는 뜻을 갖고 짝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인지 궁금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랍스터와 달리 결혼하고 자손을 갖게 되면 혼자 바다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살 수는 없는 운명이지요. 선택을 돌이키기도 힘들고요. 그런 복잡한 인간의 운명 때문에 기괴한 설정이 돋보이면서도 또 재치가 빛나는 ‘더 랍스터’ 같은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