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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와이프]서지현 검사의 용기 앞에 필요한 ‘정색 연습’

바다 건너 해외에서 벌어진 ‘미투 캠페인’에 박수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국내에서 메가톤급 폭로가 이어져 떠들썩합니다.

방송에서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자신이 당한 성추행에 대해 고백한 서지현 검사가 연일 화제입니다. 서 검사는 자신이 어떤 성추행을 당했는지가 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지나친 공격보다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 깨기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큰 과제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잘못하면 흥미 본위의 스캔들로 흘러가기 쉬운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지적입니다.

인간관계가 그렇게 드넓은 편은 아니지만, 친분이 있는 많은 여성 직장인들이 이번 서 검사의 문제 제기 이후 SNS나 메신저 등으로 경험담이나 소감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업계도 검찰 못지 않다’는 한탄이나 공분보다 더 눈길이 갔던 것은 ‘바로 그 순간의 난감함’에 대한 경험담들입니다.

항상 남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기는 쉽습니다. 서지현 검사에 대한 성추행이 다른 검사들은 물론 법무부 장관까지 동석한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직업 세계의 최전선에서 뛰는 여성 직장인들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피해자 본인이 당시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매우 이해가 간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생각이 많아지면 바로 그 순간 정색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다혈질인 사람이라도 자신의 밥그릇을 비롯해 지금까지 쌓아온 인간관계 등 ‘오만 가지 생각’이 들 때는 ‘직진 본능’을 발휘하기가 힘듭니다. 

기혼 여성인 한 친구는 평소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몇 년간을 서로 존경하며 지냈던 직장 내 유부남 동료가 회식이 있던 날 느닷없이 돌변해 손을 잡고 끌어안으려고 했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성추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괴로웠지만, 오랫동안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동료와 이제 더 이상 연락하거나 서로 업무상 괴로움을 나눌 수가 없어진다는 사실이 더 슬펐다”고 토로했습니다. 사회생활에서 성별을 막론하고 의지가 되는 동료 만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기에 크게 공감이 갔습니다. 

사업상의 문제가 얽혀 있으면 더욱 난감합니다. 40대 싱글 여성 사업가인 한 지인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싱글이라는 이유로, 이미 결혼한 남자들이 ‘외롭지는 않냐’, ‘나 정도면 어떠냐’며 가볍게 접근하는 일을 수도 없이 겪어서 지긋지긋하다”며 “그나마 남아 있던 결혼에 대한 환상도 그들 때문에 다 깨진 것은 물론, 그 사람들이 업무상 중요한 파트너일 때는 안타깝게도 ‘앞으로 사업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라는 고민도 해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지나치고 말 사이라면 정색하기가 쉽습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받는 여성 노동자들이나 전화 상담원에 대한 성추행도 그렇게 빈번하다고 합니다.

이 경우는 아무 말 없이 앉아서 당하는 피해자들의 고충이 핵심 문제이지만 또 여러 가지 인연이나 이해 관계 같은 것들이 얽혀 있지는 않지요. 따라서 피해 사실에 대해서 정색하고 화내는 것만큼은 쉽지만, 가까운 인연이었거나 업무상 의지하는 사이였던 사람들이 갑자기 가해자로 돌변할 때는 정말 생각이 많아집니다.

어렵겠지만 인연이고 업무상의 이해 관계고 다 떠나서 ‘직진 본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든가 ‘참는 것이 살 길’이라는 말은 이런 성추행 관련 문제에는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정색해야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일도 있다는 점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생각을 끊어내고 ‘정색하는 연습’을 힘든 가운데서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JTBC 방송화면

에디터 이예은  yeeuney@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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