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데이트코스는 가파른 속도로 진보한다. 이젠 산소가 나오는 공간에서 전신 안마기로 몸의 피로를 푸는 '힐링 카페'까지 등장하고 있다. 

 

미스터 힐링 커플석

일요일, 바빠서 정신없는 와중 잠시 짬을 내어 신촌역 3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미스터힐링'을 찾았다. 피로에 지친 이들이 짧은 시간 산소가 제공되는 공간에서 전신 마사지를 받은 후 커피나 차 등을 마시는 공간이다. 그동안 기회가 없어서 벼르고만 있던 곳이었다. 커플들은 물론 직장인들까지 피로가 똘똘 뭉친 몸을 풀기 위해 애용한다는 이곳에서 가뿐함을 되찾고자 했다.

새벽부터 일을 한지라 잠깐 낮잠을 자고 싶기도 했고, 산소방은 도대체 뭐가 다르기에 좋다 좋다 말들이 많은지 이유를 알고 싶었다. 힐링 카페 중엔 '미스터힐링'이 가장 유명하다기에 당장 소셜커머스를 뒤져봤더니, 50분에 1만3000원인 코스가 쿠폰으로 구매하면 9900원이었다. 두 말 않고 두 장을 끊은 나는 금방 만날 수 있는 친구 A를 불러내 동행했다. 

A와 나는 "졸렸는데 잘됐다"라고 히히헤헤 거리다 발걸음을 서둘렀다. 얼마나 만족스럽고 쾌적할 지에 대한 대화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신나서 떠들 때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다. 너무 아픈 힐링은 힐링이 아니었음을…

 

미스터힐링 카페테리아

미스터힐링에 입성하자마자 보이는 전경이다. 카페테리아엔 안마 코스를 마친 손님들이 저마다 테이블을 하나씩 차지해 음료를 마시는 중이었다. 힐링존엔 사람이 꽉 차있었는지, 대기 시간이 있었지만 예약을 하고 간 터라 금방 입성할 수 있었다. 어디 한번 좋은 산소 맛 좀 보자는 심산으로 재빨리 힐링존 가장 안쪽에 위치한 커플석으로 들어섰다.

칸막이로 구분된 커플석 안엔 거대한 안마의자가 두 대 놓여있었다. 외조부 집에서나 보던 십몇년 된 안마의자와는 차원이 다른 고품격의 기계인 듯 했다. 금방이라도 내 몸을 집어삼킬 것 같은 비주얼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데, 직원이 와서는 가방과 신발을 모두 서랍 안에 집어넣으라고 안내를 한다. A와 나는 1회용 덧신까지 차곡차곡 신어 안마의자에 앉았다. 직원이 리모콘을 이것저것 눌러주니 안마의자가 서서히 내 몸을 조여왔다. 엄마야…

 

사이좋게 놓인 두 대의 안마의자

안마의자에 잠겨들며 바들바들 떨던 내게 직원이 말하길, 체형을 인식하는 중이란다. 체형을 인식한 후에는 신체 부위별로 다른 안마가 적용된다고. 아하. 고개를 끄덕인 나는 뻣뻣하게 세우고 있던 목에 긴장을 풀었다. 직원이 30분간 스트레칭 모드가 작동될 것이라 예고하며 버튼을 누르고 안마의자가 작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눈물까지 쏙 빼는 고통이 시작됐다. 엄청난 강도의 마사지가 전신에 끼쳐오고 장딴지가 터져나갈 것 같은 아픔에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나는 그저 동동동동 진동을 울리는 안마의자를 상상했을 뿐인데.

흡, 흑, 윽, 으헉…!

오, 오오, 오…

하지만 적응을 하니 은근 좋기도 한 것이다. 발을 스트레칭하며 잡아당길 때는 극한의 감각을 체험했지만 풀리면서 시원한 감은 있었다. 발바닥에 롤링이 들어갈 때엔 간질간질하니 기분이 좋았고, 날개뼈 부근의 잘 뭉치는 부위에 안마 기기가 파고들 때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무시무시한 안마의자

그러다 허리 아래의 척추를 따라 엉덩이쪽으로 위치가 내려가면서는 또 다시 통렬한 고통이 찾아들었다. 초반부터 어깨 위치가 안 맞은 상태에서 시작되서 그런지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럴 경우에는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전환해준다고 했으나 그냥 내가 자세를 교청해가며 괜찮은 자세를 찾아냈다. 안마 기계가 뒤로 젖혀져 일직선을 이룰 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뭔가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라 무섭기도 했다.

총 30분의 스트레칭 코스가 끝난 후 안마의자가 작동을 멈췄다. 나머지 20분은 회복모드, 활력모드, 상체모드, 하체모드, 수면모드까지 총 다섯 코스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나와 내 친구는 애초에 잠을 자러 간 것이기 때문에 수면모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나는 "이게 뭐야"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발바닥을 마사지 해주면서 등 전체를 두드리며 서서히 수면을 유도하는 수면모드가 아닌, 또 한번의 스트레칭 모드가 되풀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마의자가 내 등허리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바람에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조용한 수면실,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게끔 입안을 깍 깨물고 신음소리를 참아냈을 뿐…

"너 잠 잤냐?"
"아니"
"휴… 자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A 역시 실컷 폭행 당한 걸 보면 직원이 스트레칭 모드로 잘못 설정한 건 아니었나보다. 우리는 너무 맞아서 정신없이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다시 카페테리아로 나섰다. 나오기 전 신고 있던 덧신은 빼놓지 않고 쓰레기통에. 힐링존의 공기에 대해선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다.

 

음료는 안마를 받고 난 뒤 카운터에서

"안마 잘 받으셨어요?"
"네. 호호…" 

카페 사장님의 친절한 질문에 가식적인 웃음을 흘리며 커피를 시켰다. 정신줄을 놓고있던 터라 사진을 남기지 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는 그런대로 맛있어서 다행이었다.

 

서비스
친절함에 있어선 甲. 카운터에 있는 직원도, 수면실 안내 직원도 전부 왕친절. 친절하지 않은 건 강도 조절 없이 자기 멋대로 아픔을 안겨주는 안마 의자 뿐. 

가격
인당 1만 3천원은 좀 비싼 감이 있지만, 소셜커머스를 이용해 1만원 정도에 이용한다면 적당. 위메프 쿠폰이 없었다면 갈 일 없었을 듯.

만족도
고통의 연속. 시간 여유가 돼서 몸에 근육 좀 풀고 싶은 사람들에겐 강추하지만, 바쁘디 바쁜 직장인들이 낮잠을 위해 점심시간까지 반납하며 갈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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