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는 사랑을 고백하는 인간을, 그리고 그 욕망을 환상적으로 비춘다.

 

 

소품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미쟝셴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우주 개발 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삼는다. 주인공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어린 시절 버려져 고아로 자라며 목소리를 잃은 채 살아가는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청소부다.

그의 하루는 달걀을 삶으며 욕조에서 자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엘라이자의 유일한 가족은 이웃집에 사는 가난한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이며, 친구는 수다스럽지만 믿음직한 직장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다.

어느 날, 실험실에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가 수조에 갇힌 채 들어온다. 엘라이자는 신비로운 그의 모습에, 마치 첫눈에 반한듯 이끌린다. 두려움도 없이 괴생명체에게 다가가 달걀을 건네고 음악을 들려준다.

 

 

엘라이자가 괴생명체와 교감하는 모습을 본 호프스테틀러 박사(마이클 스털버그)는 생명체에게 지능과 공감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실험실의 보안책임자인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생명체를 해부해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엘라이자는 사랑하는 그를 탈출시키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영화는 엘라이자가 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그래서 너무나 신비로운 한 존재를 얼마나 욕망하는지를 좇는다. 그 존재는 때로는 한없이 나약하고 때로는 전지전능한 신처럼 우월하다. 신비롭기 때문에 그는 두려움의 대상이며 동시에 숭배의 대상이다. 또한 자신의 신비로움 때문에 착취당한다.

괴생명체는 철저하게 엘라이자에 의해 움직인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는 대부분 엘라이자가 있다. 엘라이자가 건네 주는 음식을 먹고, 엘라이자가 들려 주는 음악에 반응한다. 괴생명체가 언어를 갖는 유일한 순간은 엘라이자가 그에게 쓴 수화를 배워 사용할 때뿐이다.

 

 

반면 엘라이자는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그 행동에는 어떤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다. 고민이 생략된 엘라이자의 눈빛은 집착적인 욕망으로도 느껴진다. 엘라이자는 달걀과 음악으로 괴생명체를 유인하고, 그의 호감을 산다.

괴생명체가 인간이 아니며, 인간에게 착취당하고 있기에 엘라이자가 괴생명체와 친해지는 부분은 괴생명체를 길들이는 과정과 얼핏 흡사하다. 괴생명체가 자신의 감정을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생략돼 있기에 이런 부분은 더욱 두드러진다.

엘라이자는 목소리 대신 수화로 말한다. 인간 세계에서 수화는 불완전함이며, 신체적 장애를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목소리로 소통하지 않는 괴생명체 앞에서 수화는 가장 훌륭한 언어로 탈바꿈한다. 엘라이자는 괴생명체가 자신을 불완전한 존재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본다고 말한다. 엘라이자는 괴생명체에게 끌림을 느끼고, 그 앞에서 만큼은 완전한 존재가 된다.

 

 

괴생명체는 강하지만, 엘라이자의 선택에 따라 목숨이 오가는 약자이기도 하다. 엘라이자에게 그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미지의 영역이다. 물론 사랑은 때로 상대를 폭력적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다만, 자일스가 괴생명체의 야수적인 모습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장면은 엘라이자에게서는 볼 수 없는 묘사여서 인상적이다.

한편, '셰이프 오브 워터'는 성소수자와 여성, 흑인, 장애인을 스트릭랜드로 대표되는 사회 주류 계층과 대립점에 놓으면서 연대 의식을 드러낸다. 스트릭랜드가 여성혐오, 인종차별, 장애인혐오 등의 발언을 일삼는 인물이기에 이런 점은 더 노골적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설정이 빚는 주제 의식보다 시각적 아름다움과 상상력에 더 집중한다.

러닝타임 123분. 청소년관람불가. 2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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