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한 김민희가 ‘아가씨’(6월1일 개봉)로 돌아왔다. 영화는 아가씨(김민희)와 하녀(김태리)의 파격적 사랑을 유려하게 그려냈다. 최근 여배우들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도 '믿고 보는 김민희'는 언제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영화 속 가녀린 아가씨와 다르게 배우로서 당당한 그녀를 30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나리오 첫 느낌, 박찬욱과의 만남

‘아가씨’는 파격 그 자체다. 동성애 코드는 물론 노출과 격정적 정사 장면까지. 한창 최고조를 달리는 여배우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있었다.

“처음 봤을 때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어요. 캐릭터도 살아있고, 무엇보다 밸런스가 좋았죠. 제가 맡은 히데코란 배역이 양면성이 있는 캐릭터라는 게 좋았어요. 물론 어떤 부분은 고민이 됐지만, 그 고민보다도 더 끌리는 게 많은 역할이었죠. 무엇보다 박찬욱 감독님 작품이니까 신뢰할 수 있었어요(웃음).”

 

처음 밟은 ‘칸 레드카펫’

많은 영화제를 다녀봤지만, 칸은 조금 특별했다. 생소하면서도 기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여러 번 갔었더라면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한편으론 좀 아쉽다.

“세계에서 주목하는 영화제니까 좀 분위기는 다르더라고요. 편하진 않았어요. 관객이면서 동시에 관객이 아니니까. 관객들의 마음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도 초청된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해요”

  

 

김민희만의 히데코

히데코는 유약함과 악랄함을 동시에 갖춘 배역이다. 갑자기 변하는 호흡에 일반적인 연기로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명확한 표현을 위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1부, 2부가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다짐이라고 표현하긴 이상하지만,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원작을 읽기보단 시나리오 속 이 캐릭터에 입힐 수 있는 내 색깔은 무엇일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근데 편하게, 내가 잘하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하자! 고 마음 먹었지요. 보편적인 캐릭터는 아니니까. 배우의 감을 많이 투영한 것 같아요”

 

 

 

사실 일본어 할 줄 몰라요

극중 대사는 한국어 반, 일본어 반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일본어를 배우지 못했던 그녀에게 여간 부담이 아니었다. 지난해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촬영을 마치고 쉼없이 바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일본어 대사는 처음이었어요. 거기다가 어리고, 나이 든 여자와 남자 목소리까지 함께 해야하니까 어려움이 많았죠. 진짜 일본어는 딱 대사만 할 줄 알아요(웃음). 일본인들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칸에서 일본 기자분이 ‘잘했다’고 해줬어요. 예의상 그랬나? 어쨌든 열심히 준비해서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사진=권대홍(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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