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하던 연말연시, 12월과 1월이 지나갔지만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추운 데다 밤이 길어 사계절 중 가장 길게 느껴지는 겨울철은 그럼에도 특유의 스산함이 주는 매력적인 감성이 있다. 그 매력은 눈과 얼음처럼 반짝이는 영롱함일 수도 있고, 추위 속에서도 어떻게든 버텨내는 굳센 마음이기도 하다.

또 화사한 빛과 색깔은 겨울에 보면 더욱 생생해 보여, 추운 일상에 에너지를 더해 준다. 쌀쌀한 날씨에도 한 번쯤 전시장에 가 ‘충전’을 해볼 만한 겨울 전시들을 소개한다.

★선조들부터 20세기까지...정겨운 ‘겨울나기’

‘겨울왕국’의 엘사가 다녀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추웠던 한파가 휩쓸고 간 뒤, 지금과 같은 난방 기구도 없던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혹한기를 보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 법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전시 ‘겨울나기’ 특별전을 기획했다. 조선의 겨울을 그린 그림들은 물론 다양한 겨울 옷, 썰매, 연과 얼레, 김장용품과 사진 등 겨울 살림살이와 놀이용품을 비롯한 겨울나기 관련 사진과 영상 300여점을 볼 수 있다.

겸재 정선의 '정문입설도'와 엘리자베스 키스의 '정월 초하루 나들이'.

 

'겨울을 맞다’, ‘겨울을 쉬어가다’, ‘겨울을 즐기다’ 3부로 구성돼 ‘겨울에 대처하는 선조들의 자세’에 자연스럽게 몰입이 가능하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흔했던 ‘찹쌀떡~메밀묵’ 소리를 들으며 눈 발자국을 남기고 그림자 놀이를 해 보는 등 체험도 다양하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2018년 3월 5일까지 진행된다.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지만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러시아 예르미타시 박물관의 소장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다. 러시아 박물관이 ‘프랑스 미술’을 소개하는 것이 다소 의아하지만, 이는 예르미타시가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전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프랑스 미술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로드 모네 '지베르니의 건초더미'.

러시아 황제들과 귀족, 기업가들이 수집한 프랑스 미술품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을 장식했으며, 오늘날 18~19세기 러시아인들의 프랑스 문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니콜라 푸생, 도미니크 앵그르, 클로드 모네, 앙리 루소 등 쟁쟁한 프랑스 거장들의 작품 89점이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18년 4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영롱한 ‘마음의 빛’, 춥고 메마른 감성에 위로를

서울 서초구의 흰물결갤러리는 베네수엘라의 여성 화가 크리스티나 누녜스의 초대전 ‘마음의 빛을 색으로’를 준비했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컬러가 보는 것만으로도 춥고 지친 이들에게 ‘마음의 빛’을 선사한다. 유리병 안에 들어 있는 영롱한 색깔들은 예쁜 것들만 골라서 공들여 담아 놓은 수공예 작품을 연상시킨다.

크리스티나 누녜스 '마음의 빛'.

작가는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나 세계 여러 나라가 지닌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 스페인, 중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 한국 영은미술관 창작스튜디오를 거쳐 베네수엘라, 스페인, 영국, 미국, 중국, 한국 등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는 무료이며, 흰물결갤러리에서 2018년 2월28일까지 진행된다. 

 

★겨울에 어울리는 판타지, 그림의 마술사 ‘에셔’

기묘하고 기발한 것에 끌린다면 ‘영감의 아이콘’ 에셔를 만날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놀라운 시각적 충격을 선사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에 등장했던 ‘무한 계단’의 원조를 2017년 세종문화회관 전시에 이어 연세대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M.C. 에셔 '올라가기와 내려가기'.

네덜란드의 판화가 M.C 에셔는 세밀하고 정교한 선을 이용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놀라운 세계를 창조한 작가로, 그의 작품들은 한 번 보고 두 번 보면 또 다른 입체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 동판화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영화 ‘인셉션’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 영감을 부여해 ‘영감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연세대학교 박물관에서 4월 11일까지 진행된다. 

 

사진출처=국립민속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흰물결갤러리, 연세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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