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50)가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감독 김석윤‧이하 ‘조선명탐정3’)에서 자신의 주특기인 코믹 연기로 돌아온다.
 

‘조선명탐정3’는 괴마의 출몰과 함께 시작된 연쇄 예고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명탐정 김민(김명민)과 파트너 서필(오달수), 그리고 기억을 잃은 괴력의 여인(김지원)이 힘을 더해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층 성숙해진 유머, 탄탄한 스토리구조로 2011년 처음으로 극장가에 얼굴을 내보인 ‘조선명탐정’ 시리즈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전히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겨울의 어느 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달수를 만났다. 인사격으로 “벌써부터 평가가 좋다”고 말을 하자,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힌 그는 천천히 답을 이어갔다.

“제가 출연한 영화에 이렇게 말하는 게 쑥스럽지만, 굉장히 만족해요. 완성본을 감상하니까, 전작들보다 더 안정감이 있어 보였어요. 1편은 참 정신없이 찍었고요. 2편 때는 그걸 추스르는 과정이었죠. 그런데 이제 딱 3편이 되니까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야 감독님도, 배우들도 ‘조선명탐정’의 색깔을 이해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너무 자화자찬을 했군요.(웃음)”

 

그간 숱한 영화를 찍어온 오달수이지만, 유독 ‘조선명탐정’의 현장이 편안하다고 고백했다. “햇수로 8년 차가 된 현장이다 보니 그런가 보다”라고 덧붙였지만, 그는 이 편안함이 좋은 영화, 좋은 연기의 배경이었다고 밝혔다.

“마음이 편하니까 부담이 없었어요. 서로를 잘 알다보니 ‘아니면 말고’ 식의 연기를 해볼 수 있었어요. 만일 아니라면 다 함께 다른 것을 고민해볼 수 있는 가족이자 친구 같은 현장이었지요. 특히나 이번엔 슬랩스틱이 많았잖아요. 그런 연기를 할 때에 사실 긴가민가한 부분이 많아요. 선을 넘으면 유치할 수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김석윤)감독님이 ‘맘껏 하세요. 제가 책임질 게요.’ 하셨어요. 영화를 보니 정말 책임을 잘 지신 것 같더라고요.(웃음) 만화처럼 재밌었어요.”

이번 ‘조선명탐정3’가 기대를 받는 건 역시나 김민-서필 콤비의 유머다. 자타공인 명품배우로 손꼽히는 김명민-오달수 두 배우가 각 잡고 선보이는 유머는 많은 팬들을 매혹했다. 특히 이번엔 3번째 시리즈인 만큼 그 호흡이 더욱 빛을 발한다.

“아무래도 세 번이나 호흡을 맞추다보니 좋은 점이 많아요. 이미 김명민씨랑은 거의 10년 지기 친한 사이라 ‘어떻게 친해지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또 캐릭터 분석도 이미 끝난 상태니까요. 커다란 고민이 이미 해결된 상태라 디테일한 부분에 힘을 줄 수 있었지요. 또 이런 작품은 상대가 빛나야 내가 빛나는 건데, 김명민이라는 워낙 훌륭한 배우를 계속 만나니까 도움을 많이 받지요. 김민이 나오는 장면엔 늘 서필이가 나오잖아요. 든든하죠.”

 

흔히 충무로에는 드라마 PD 출신 영화감독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징크스가 있지만, ‘조선명탐정’ 김석윤 감독은 예외다. 오달수는 인터뷰 내내 영화가 재밌게 보이는 공을 김 감독에게 돌렸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자기고집 없이 불가능해요.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은 확실하시죠. 그리고 결과물을 보면 본인의 고집이 대부분 옳아요. 그래서 긴가민가한 부분에서 ‘감독님이 좋다니까 좋은 거야’라는 믿음을 갖게 되지요. 또 드라마 판은 영화보다 훨씬 빨리빨리 돌아가잖아요. 그 습관을 영화로 가지고 오시니까 정말 군더더기가 없어요. 어떤 때는 아침에 모여서, 점심 먹기 전에 그날 촬영이 다 끝나기도 했어요. 배우 입장에선 최고죠.(웃음)”

김석윤 감독을 칭찬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예술 하는 사람은 자기고집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서 ‘명품 배우’ 오달수의 예술관을 느낄 수 있었다. 문득 배우 오달수가 지키고 있는 자기고집은 무엇일지 궁금해져 질문을 더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욕심이 없는 것. 제 고집은 욕심 부리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이에요. 제게 ‘천만 요정’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흥행에 대한 욕심을 내지는 않아요. 그 수식어는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저는 운 좋게 좋은 작품에 참여했을 뿐이지요. 다만 제가 할 수 있을 만큼만, 못하는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도전해도 안 될 것을 잘 아니까요.(웃음)”

 

스크린 속에서는 코믹 연기의 대가로 손꼽히는 오달수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는 진중한 사람이었다. 스스로 “내성적인 편”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진솔한 생각으로 카메라를 벗어난 오달수는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문득 지금의 배우 오달수를 탄생시킨 계기가 궁금했다.

“우연이었어요. 어릴 적에 연극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신기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약속이 중요한 곳이 연극무대예요. 실제론 없지만, 있는 것처럼 해야 하지요. 참 환상적이지 않나요. 그게 매력이었어요. 물론 인간 오달수는 배우 오달수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무대 위에서 그 환상을 따라가는 게 배우거든요. 아직도 많이 어려워요. 하면 할수록 그래요.”

벌써 3편의 시리즈가 제작된 ‘조선명탐정’은 많은 마니아층을 거닐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에도 엔딩에 후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시퀀스가 삽입돼 기대감을 더한다. 살며시 ‘007 시리즈’처럼 계속 제작돼 2대, 3대 서필이 탄생하지도 않을까 하는 설레발성 질문을 던져봤다.

“감독님이 후속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진 않았어요. 아마 이번에도 잘되면 기획이 되겠죠?(웃음) 2대, 3대 서필에 대한 생각은 너무 가는 것 아닐까요? 하하. 5편은 안 넘어갈 것 같지만, 꾸준히 사랑 받는 시리즈가 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죠. 1대 서필로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싶네요.”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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