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로 극복한 파격

촬영에 들어가기 전 여러 우려가 복합적으로 머리를 때렸다. 하지만 거장 박찬욱 감독에 대한 신뢰에 두려움은 없었다. 배역을 잘 소화한다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숙할 계기일 것 같았다.

“솔직히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박찬욱 감독님 영화잖아요(웃음). 신뢰했고, 또 배우로서 도움을 드리고 싶었죠. 감독님께서 그려놓은 그림이 있으실 거고, 거기에 전 존중하면서 따라가면 되는 거죠. 그래서 좀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아가씨’로 성취한 것들

홍상수, 박찬욱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과의 작업으로 좋은 배우로 거듭난 김민희. 언제나 연기를 준비하며 성취하는 바가 있다. ‘아가씨’를 통해 첫 시대극, 아름다운 의상 등 새로운 경험을 하며 많은 걸 얻었다.

“어떤 작품을 하든 성취가 있는 건 마찬가진데요... 특히 낭독회 장면에서 인상 깊었어요. 일본어로 하는 연기인데, 그 안에 여러 목소리와 감정, 액션까지 해야하는 거잖아요. 거기서 혼자 일인극하듯 내보이는 연기가 재밌었어요. 굉장히 다양한 감정을 한 장면에서 소화하는 게 참 좋았죠”

 

 

하이틴 스타에서 배우로...

과거엔 예쁘장한 배우, CF스타 이미지만 강했다. 그러다 배우로 마음을 굳히게 한 건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와 드라마 ‘굿바이 솔로’였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새 칸 영화제까지 다녀왔다.

“변한게 있겠...죠? 시간이 참 많은 걸 변화시키는 것 같아요. 하이틴 스타로 불렸던 건 당시엔 정말 그런 역할에 어울리는 10대였기 때문이겠죠. 그럴 수밖에 없는 이미지였어요. 특별한 심적인 변화보다는 나이가 들면서, 여러 작품을 하면서, 따라오는 자연스런 변화인 것 같네요. 배우로든 사람으로든”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에게

그녀는 최근 후배들의 롤모델로 빠짐없이 꼽힌다. 스스로도 연기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을 겪었기에 해줄만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다. 음료를 한 모금 마신 그녀의 입에서 후배들을 향한 애정 어린 조언이 나왔다.

“제작 보고회 때 태리가 제 팬이었다고 해서 좀 놀랐어요. 그때 처음 들었거든요. 보통 그런건 남들이 얘기해 줘야 듣는 거니까요(웃음). 저도 연기를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제 일에 충실했던 것 같아요. 평가보다는 스스로의 노력과 성취가 중요한 것 같아요”

 

 

노력의 배경, 체력!

연기하는 데 꼭 필요한 건 체력이라고 생각한다. 따로 운동을 하진 않지만 타고난 운동신경이 있어서 잘 버티는 것 같다. 잘 먹고, 잘 쉬는 게 체력의 비밀이다. 높은 나무에 매달리는 신도 대역 없이 해내 뿌듯하다.

“영화에서 그 신은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제가 좀 말랐지만, 학교 다닐 때 체력장을 하면 늘 만점 받고 그랬죠. 근데 나무에 매달리는 건 그 차원을 넘어서더라고요. 물론 와이어를 달고 했지만요. 그래도 운동신경이 좀 있어서, 액션 감독님께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감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시나리오나 상황이 맞는다면 액션영화도 해보고 싶긴 해요”

 

앞으로의 김민희는...

이젠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 잘 할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하고 싶다. 궁극적으론 삶이 즐거웠으면 한다.

“그냥 일도 제 삶의 일부분이니까, 다 재밌으면 좋겠어요. 근데 지금은 만족하면서 연기하고 있으니까 저는 행운아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 상황에 감사하고,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래야 후회도 안하니까.”

 

 

사진=권대홍(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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