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노래에 담긴 우정을 간직하고 살던 청년이 어느 날, 권력에 의해 삶이 조작된다. 한순간에 암살자로 몰린 그가 다시 웃으며 '골든슬럼버'를 부를 수 있을까.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골든슬럼버'는 대통령 후보 암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의 도주극을 그린다. 착하고 성실한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는 강도로부터 아이돌 가수를 구해 모범시민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얻는다. 그런 그에게 고등학교 시절 친구 신무열(윤계상)이 오랜만에 연락을 한다. 재회의 반가움도 잠시, 그들 눈앞에서 유력 대선후보가 폭탄 테러에 의해 사망한다. 당황한 건우에게 무열은 이 모든 것은 계획된 일이며, 건우를 암살범으로 만들고 자폭하게 하는 게 조직의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건우는 겨우 현장에서 도망친다. 그러나 한순간에 전국 수배령이 내려진 용의자 신세가 돼 혼란스럽기만 하다. CCTV, 지문, 음성, 목격자 등 모든 증거가 이미 완벽히 조작됐다. 무열이 남긴 명함 속 인물인 민씨(김의성)를 찾은 건우는 그를 통해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조금씩 알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누명을 벗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서지만 자신이 도망칠수록 오랜 친구인 최금철(김성균), 전선영(한효주), 장동규(김대명)마저 위험에 빠진다.

강동원 주연에 한효주, 김성균, 김의성 등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는 '골든슬럼버'를 추격, 사회, 음악, 우정 네 가지 코드로 짚어본다.

 

#추격 코드 - 지상·지하 넘나들며 뛰어라

서울 광화문 세종로 한복판부터 홍제천이 지하 배수로까지, '골든슬럼버'는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며 서울 골목 구석구석까지 가로지르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서울의 공간적 특성을 대표하는 주요 번화가에서 펼쳐지는 도주 장면은, 아무도 믿어선 안 되는 상황에서 혼자가 된 건우의 고립을 극대화한다.

CCTV는 도시 어디에나 있다. CCTV를 통해 건우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감시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건우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CCTV가 닿지 않는 지하 배수로로 숨는다. 악취와 추위가 화면을 꽉 채우며 주인공이 처한 극한 상황을 그려낸다.

 

#사회 코드 - 소시민vs권력

건우는 '극한 직업'으로 불리는 택배기사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의심하는 법을 모른다. 좀 손해 보더라도 배려와 작은 선행을 남에게 베풀며, 그걸 행복으로 안다. 순박하다 못해 순진한 그는 힘든 환경에서도 착실하게 사는 '용감한 시민'으로 국민적 영웅이 된다.

그러나 그의 이런 영웅적 이미지는 권력에 의해 한순간 바닥으로 추락한다. 모범 시민과 살인자, 그 어느 타이틀도 건우가 직접 선택하지 않았으나 대중은 그의 이미지를 자극적인 이야기로 쉽게 소비한다. 보이지 않는 조직과 맞서 싸워야 하는 와중에도 건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포기하지 않는다. 선함이 멍청함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건우의 올곧은 눈빛은 때로 답답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음악 코드 - 비틀즈와 신해철

영화의 제목인 '골든 슬럼버'는 폴 매카트니가 비틀즈 해체 직전 멤버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 만든 곡이다.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건우의 추억을 상징한다.  택배 기사로 일하는 와중에도 건우는 친구들과 함께한 밴드부 시절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故신해철의 노래 '그대에게'를 열창하던 마음을 담아 '골든 슬럼버'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준비한다.

긴박한 상황에 대조적으로 흐르는 노래들은 검은 밤하늘처럼 숨통을 짓누르는 외압에도 빛을 잃지 않고 환하게 건우와 그 친구들, 그리고 관객의 마음으로 스민다. 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 감성은 덤이다. 이 음악 코드는 우정 코드와 긴밀히 연결된다.

 

#우정 코드 - 이천년대의 청춘

'골든슬럼버'는 추격을 벌이는 건우를 보여주며 중간중간 그의 고등학생 시절을 비춘다. 검고 차가운 현재와 달리 과거는 연녹색과 햇빛으로 반짝인다. 밴드부를 하던 때는 건우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기다. 각자의 삶을 살게 되면서 흩어져 살고 있지만, 다섯 친구들은 모두 같은 추억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 추억으로 다시 뭉치고, 서로에게 믿음을 건넨다.

일반 추격 장르의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무거운 톤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골든슬럼버'는 과거 장면을 통해 가벼운 청춘 로망도 함께 담는다. 두 시간대를 오가며 영화가 너무 가라앉지 않도록 소소한 유머와 감동을 전한다. 러닝 타임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2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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