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피겨의 간판스타 최다빈(19)이 처음 선 올림픽 무대에서 개인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을 기록했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보는 이들을 모두 울컥하게 만들었다.

 

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지난 11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팀 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나선 최다빈이 개인 베스트를 새로 작성했다. 기술점수(TES) 37.16점에 예술점수(PCS) 28.57점을 합쳐 65.73점을 얻었다. 본인의 ISU 쇼트프로그램 공인 최고점(62.66점)을 경신한 기록이다.

최다빈은 독일의 니콜 스콧에 이어 6번째로 연기를 펼쳤다. 프로그램 '파파 캔 유 히어 미'(Papa Can you Hear Me)의 선율에 맞춰 애절한 연기를 시작했다.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부터 마지막 스텝 시퀀스와 레이백 스핀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완벽한 연기를 펼친 최다빈은 키스앤크라이 존에서 점수를 확인한 후 눈에 눈물이 맺혔다. 지난해 6월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작곡가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든 쇼트프로그램 ‘파파 캔 유 히어 미’의 사연도 최다빈의 사모곡에 울림을 더했다.

최다빈은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연이어 세계피겨선수권대회 10위에 오르면서 승승장구하며 ‘포스트 김연아’로 이름을 떨쳤다.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훈련 때마다 곁에서 지켜주던 어머니를 떠나보내고서 잠시 슬럼프에 빠지며 피겨 팬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슬픔과 부상 등으로 한동안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부츠가 발에 맞지 않는 뜻밖의 문제로 고충을 겪었지만, 지난해 7월 말 올림픽 1차 선발전에서 181.79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부진을 이겨 결국 올림픽 무대에서 섰다.

그렇기에 여러 부침을 겪고 참가한 이번 올림픽이 그에겐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을 테다. 팀 이벤트 여자 싱글 경기에서 클린 연기를 선보인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최다빈은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동안 많이 의지했고 믿었던 우리 엄마...”라며 말을 잇지 못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팬들도 그 모습에 가슴 한켠 시큰함을 느꼈다.

이어 "개인 최고점은 너무 놀랐고 생각지도 못했다. 후회없이 연기해서 만족스러웠다"며 "많이 호응해주신 팬들 덕분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함께 응원해준 동료들은 더 돈독해진 것 같다"고 팬과 동료들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한층 성숙해진 멘탈을 보여줬다. 소녀에서 숙녀로, 유망주에서 훌륭한 선수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모습이었다.

이렇듯 성장한 최다빈의 눈은 올림픽 개인전을 향해 있다. 최다빈은 "컨디션이 아직 4대륙 때 보다는 별로다. 점프가 불안한 게 몇 개 있다. 개인적으로 더 올려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물론, 이젠 팀이 아닌 홀로 빙판에 서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도전에는 가슴 속에 자리한 어머니와 한 마음으로 그녀를 응원하는 팬들이 함께한다. 이제 더이상 슬프지 않을 최다빈의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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