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한국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의 에이스 최민정이 아쉽게 실격 처리되자 누리꾼 사이에선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최민정은 이날 대회에서 이탈리아의 강자 아리아나 폰타나에 이어 22cm 간발의 차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킴 부탱에 대한 ‘임페딩(밀기반칙)’이 인정돼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다. 다 잡은 은메달을 놓치는 순간이었다.

심판들은 외곽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던 최민정이 앞서 가던 킴 부탱과 접촉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최민정이 킴 부탱의 무릎을 손으로 건드렸다고 판단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규정에 임페딩은 '고의로 방해, 가로막기(블로킹), 차징(공격), 또는 몸의 어느 부분으로 다른 선수를 미는 것'으로 나와 있다. 

다만 석연찮은 점은 있다. 최민정은 부탱과 경합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반칙을 범했다기보다 서로 주고받은 장면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오히려 킴 부탱이 최민정을 밀었다고 반박하며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공유했다. 실제로 임페딩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잘잘못이 뒤바뀔 만큼 정확한 판정이 힘든 일이라 늘 논란이 있어왔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분노와는 반대로 14일 오전 2시 발표된 국제빙상연맹의 여자쇼트트랙 500m 리뷰는 “최민정은 2위를 하고자 아리아나 폰타나 바로 뒤 킴 부탱의 진행라인을 가로지르기로 했다"며 "이러한 극적인 사건은 최민정이 킴 부탱의 진행을 지연·방해하고 저지한 것에 대한 페널티가 부과되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기영노 스포츠 해설가는 “킴 부탱이 최민정을 밀어내는 장면을 몇 번 볼 수 있다. 슬쩍슬쩍 민 건 사실인데, 최민정이 왼팔로 킴 부탱의 진로를 방해한 건 뚜렷하게 나왔다”며 “한국 선수들이 견제를 받는 게 있다. 홈그라운드 이점이 전혀 없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에 킴 부탱에 대한 누리꾼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민정이 실격이라면 킴 부탱도 페널티를 받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민정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차지하게 된 킴 부탱이 격하게 좋아하는 모습도 누리꾼의 화에 기름을 부었다.

물론 부탱의 행동은 고의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는 13일 레이스를 마친 뒤 "나는 레이스 상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면서 "그래서 나는 그저 '무슨 일이야? 지금 무슨 상황이야?'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킴 부탱의 SNS에 악성댓글을 남겨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민정은 이처럼 아쉽게 메달 사냥에 실패했지만 레이스 후 이어진 인터뷰에선 “내가 더 잘했으면 부딪히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진짜 주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1000m와 1500m, 3000m계주에서 또 한 번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사진=SBS, M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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