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에 휘말려 활동을 중단한 이윤택(66)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의 과거 행각이 연이어 폭로되고 있다. 더불어 ‘연극계 대부’의 부적절한 사과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다.

 

 

배우 A씨는 1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2012년 여름 (이윤택씨가) 소리를 잘 내려면 이곳으로부터 소리가 터져 나와야 한다며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몸을 만지면서 그것을 마치 대단한 연출을 하는 양 포장했다”면서 “그 이후 스트린드베리 서거 100주년 기념공연이었던 ‘꿈의 연극’을 연습하던 때엔 나를 특별히 아껴 연습을 시켜준다는 명목으로 껴안고,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발성을 하는 위치라며 짚어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추행의 피해자라서 스스로를 더 자책하고 수치스러움에 말을 꺼내기조차 힘들었다”면서 “악화된 건강을 빌미로 '오구'에서 하차하고 극단에서도 나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윤택씨가) 기분 나쁠 때 밥상 차려다 앞에 갖다 놓으니 뒤집어엎으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그걸 주워 담고 새 밥상 내어오는 단원들의 모습도 봤다”고도 밝혔다.

배우 B씨도 2017년 3월 1일에 작성했던 페이스북 비공개 글을 지난 15일 공개로 전환하면서 이윤택 연출가에게 당한 성추행을 폭로했다. 그는 “(이윤택씨가) 낮에 쌓였던 피로 때문인지 밤이 되면 안마를 요구했다”면서 “생식기 주변을 눌러줘야 몸이 풀린다기에 ‘본의 아니게’ 그의 생식기가 손에 닿을 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연희단거리패에 있는 동안 (이윤택씨를) 50여 차례 안마했으며, 시간이 불규칙해 새벽 3~4시에 깨어나야 할 때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때로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불려갈 때면 내 마음속에 찾아왔던 안도감, 그 부끄러움 또한 난 잊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 공개 전환 후 머릿글에서 “연희단거리패는 현재 이 시점에서 일어나는 발언들을 매우 주의 깊게 들어야 하며, 집단의 입장에서 그에 맞는 공적 대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택은 지난 14일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의 10년 전 여관방 성추행 폭로에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날의 행태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지난 남성중심 시대의 못된 행태였다. 스스로 벌을 달게 받겠다. 지금부터 연극작업을 일체 내려놓겠다. 지난 30년간 필사적으로 달려왔던 시간을 멈추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SNS에 ”지난 날을 반성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근신하겠습니다“란 한줄짜리 사과를 했다. 이어 연희단거리패를 비롯한 모든 예술감독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이 연출가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반성하는 지에 대한 지적이 많다. 그는 공식적인 자리를 통한 사과의 형식을 건너뛰었다. 무엇보다 그 짧은 입장글 어디에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없다. 또한 극단 내 을의 위치에 있는 단원을 상대로 한 파렴치한 행위는 전형적인 '갑질'임에도, 인간과 예술을 탐구해온 작가 겸 연출가로서 이에 대한 성찰이 없다. 성추행·성폭력은 권력과 도덕성, 인간성의 문제인데 이를 ‘남성중심 시대의 못된 행태’로 오도하기까지 한다.

더불어 ‘30년간 필사적으로 달려왔던 시간을 멈추고’ ‘모든 걸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 운운은 형사처벌을 받아야할 당사자의 자가당착이자 자기연민으로 여겨질 만하기 때문이다.

 

사진= 연희단거리패 제공, SNS 캡처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