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달콤살벌한 스파이가 되어 극장가에 귀환한다. 지난해 ‘패신저스’ ‘마더’ 등으로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올해 첫 신작 ‘레드 스패로’(2월 28일 개봉)를 통해 파격에 파격을 거듭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또한, 지금의 제니퍼 로렌스를 있게 해줬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시리즈 ‘헝거게임’의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과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더욱 강렬한 서스펜스를 완성했다.

영화는 한계를 뛰어넘는 제 4학교에서의 훈련과정을 통해 스파이로 새롭게 태어난 발레리나 도미니카의 이야기를 그린다. 도미니카는 조직에 숨어있는 이중 첩자를 알아내기 위해 미국 CIA 요원 네이트(조엘 에저튼)을 유혹하는 임무를 받게 되고 그와 접촉하기 시작한다.

 

1. 인간 무기, 레드 스패로

제니퍼 로렌스의 인생 캐릭터인 ‘헝거게임’ 시리즈의 캣니스는 할리우드 무비의 주류를 이루던 여성 캐릭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매력을 떨치며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신작 ‘레드 스패로’의 도미니카 캐릭터 역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치밀함과 카리스마로 중무장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젊은 스파이를 양성하는 비밀정보기관 ‘레드 스패로’ 스쿨에 들어간 그녀는 동료의 공격,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훈련을 견뎌내며 육체와 정신을 무기로 이용하는 스파이로 성장한다.

도미니카는 상대방의 심리를 분석하고 갖고 노는데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곧장 부다페스트로 파견된다. 학교를 나와 실전에서 맞부딪힌 현실은 더욱 극단적이고 잔혹하나, 스패로는 독성 양분을 받아먹고 더욱 질겨지는 뿌리처럼 보다 치밀해진다. 기존 첩보물과 달리 스파이로 거듭나는 캐릭터의 서사에 집중하는 ‘레드 스패로’의 스토리는 캐릭터의 매력을 더욱 배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 주도권은 늘 그녀에게

스패로의 임무에는 희생이 따르고, 타겟과의 성행위도 그 희생의 일환이다. 영화 초반부 어김없이 등장하는 ‘여성 스파이=매춘부’ 프레임에 지겹도록 고질적이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였다. 영화가 점차 강하게 주창하는 ‘레드 스패로’만의 차별점에 시야가 트였다.

도미니카는 남성의 판타지를 자극하며 상대방을 유혹할지언정 언제나 주도권은 제가 잡는다. 도미니카의 치명적인 아름다움, 관능적인 자태의 껍질 이면에는 명석한 두뇌가 쉼 없이 굴러간다. 단순한 유혹의 기술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영특함을 지녔다. 뛰어난 임기응변 능력으로 손해를 최소화하고 저 또한 원하는 것을 얻을 때마다 관객은 이색적인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3. 러시아에 완벽히 녹아든 제니퍼 로렌스

아카데미가 선택한 배우답게 제니퍼 로렌스의 열연은 단연 영화의 보증수표다. 미국인인 그가 러시아인 연기를 탁월히 소화해낼 수 있었던 데엔, 제니퍼 로렌스의 유별난 노력이 깃들여졌을 테다. 로렌스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메인 발레리나 도미니카 역에 완벽히 녹아들기 위해 외형은 물론 말투까지 변신을 이뤘다. 실제 약 4개월 동안 하루에 3~4시간식 연습에 매진한 끝에, 발레리나 특유의 몸가짐과 걸음걸이를 제대로 선보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악센트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며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4. 마지막까지 텐션 UP 로맨스

사랑이냐, 국가냐. 도미니카와 네이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고도의 심리전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만든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인간적인 면모를 내면 깊이 묻어둔 채 살아있는 무기가 된 도미니카. 그는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뛰어난 임기응변을 펼치지만, 강압적이지만 어머니가 남아있는 국가와 적국이나 감정이 싹 튼 남자가 속한 미국 CIA를 왔다 갔다 하며 심리전을 펼친다.

그녀가 도통 속을 모르겠는 인물인 만큼, CIA요원 네이트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텐션의 정체 역시 제대로 가늠하기가 어렵다. 마지막 순간까지 탄력적인 긴장감이 유지되는 결정적인 이유다.

러닝타임 140분, 청소년 관람불가, 2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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