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궁합'이 2018년과 최상의 합을 이루기엔 묘수가 부족하다.

 

 

'궁합'은 900만 관객을 동원한 '관상' 제작사 주피터필름의 역학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관상'이 빠르고 흥미로운 전개와 남다른 카리스마를 지닌 수양대군 캐릭터 등으로 인기몰이를 한 만큼 '궁합'에도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관상' 후반부처럼 제법 진지한 톤을 기대한다면 '궁합'의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에 실망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간질거리는 설렘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리 엿보는 '궁합'의 호불호 포인트 세 가지를 짚어 본다.

 

好 사주팔자, 모두가 궁금해하는 소재

'궁합'은 송화옹주의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궁합으로 풀고, 더 나아가 조선이 팔자까지 바꾸는 역학 코미디다. 이야기는 조선 역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가상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극심한 흉년이 지속되던 조선 시대, 송화옹주(심은경)의 혼사만이 가뭄을 해소할 것이라 믿는 왕(김상경)은 대대적인 부마 간택을 실시한다.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이승기)은 부마 후보들과 송화옹주의 궁합풀이를 맡는다.

사나운 팔자로 소문나 과거 혼담을 거절당한 이력의 송화옹주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부마 후보들의 사주단자를 훔쳐 궐 밖으로 나가 후보들을 차례로 염탐한다. 이 와중, 송화옹주가 사주단자를 훔친 궁녀라고 오해한 서도윤은 사주단자를 되찾기 위해 그녀의 여정에 함께 한다.

대한민국 2030세대 남녀 42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28%인 121명이 '누군가와의 궁합을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재미로든 진지하게든, 믿든 말든,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사주팔자를 본다. 그만큼 역학은 성별과 세대를 아우르는 전 국민의 관심사다. 타고난 운명을 믿으면서도 그 운명 앞에 진취적으로 맞서는 인물들의 자세는 관객의 공감을 자극한다.

 

好 훈훈한 남배우들

송화옹주의 부마를 간택하는 게 이야기의 골자인 만큼, 훈훈한 남자들이 송화옹주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꽃미소를 날린다. 우선, 야심 찬 능력남 윤시경 역에 연우진이 있다. 훤칠한 풍채는 물론 문무를 두루 갖춘 윤시경은 야망 앞에서는 야비한 모습마저 보인다. 그간 따뜻하고 부드러운 얼굴을 주로 드러냈던 연우진의 색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강민혁은 경국지색의 절세미남 강휘로 분한다. 강휘는 수려한 외모와 끼로 사람을 홀리는 마성의 도령이다. 그룹 씨엔블루의 멤버인 강민혁은 '궁합'으로 연기자로서의 기틀을 다진다. 최우식은 효심 지극한 매너남, 세 번째 부마 후보 남치호로 등장한다. 선한 품성의 남치호는 귀여운 외모 뒤에 비밀을 숨긴 인물이다.

여기에 만능 배우로 통하는 이승기가 극을 주도한다. 그가 맡은 서도윤은 명리학에 박식한 조선 최고의 역술가다. 강직하고 용감한 성격으로, 전통적인 '왕자님' 캐릭터다. 송화옹주의 위기마다 등장해 그를 돕는다. 마지막으로, 반전처럼 깜짝 등장하는 연하남이 깨알 포인트로 통할 전망이다.

 

不好 발랄인가 무근본인가

주조연 배우들의 '열일'로 소소한 웃음이 극 내내 흐른다. 하지만 중요한 장면에서 극 중 인물들은 우는데 관객은 웃는다. 코미디를 내세운 만큼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봄날처럼 반짝이는 경쾌함으로 달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양쪽을 다 잡으려는 건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감정선이 관객에게 통하지 않는 것은 사건 해결 방식의 문제다. 개연성이 떨어지고 진부하다.

공주님이 위기에 빠진 순간엔 '백마 탄 왕자님'이 등장하고, 딱 필요한 순간에 마침 해결책이 생긴다. 잘 짜인 복선을 준비했다기보다, 한 사건 한 사건을 처리하는 데 급급한 인상이다. 특히, 절정 부분 송화공주의 고백 장면에서 쌓였던 문제가 터진다. 해당 장면에서는 영화의 메시지가 키 포인트로 드러나는데, 앞 부분의 감정선이 잘 연결되지 않고 이야기가 허술하니 오히려 객석에선 헛웃음만 난무한다.

'궁합'처럼 로맨틱 코미디를 내세운 영화라면 두 인물이 서로에게 빠지는 이유를 관객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그 과정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살려 관객이 인물과 함께 웃고 설레야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없으면 인생에서 무엇이 남느냐'는 송화옹주의 대사는 수습되지 않는 이야기를 꿰매기 위한 노력이지만, 봉합에는 난항을 겪는다.

진행 방식이 허술하니 인물들의 개성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 흥미로운 소재와 마음을 설레게 하는 배우들의 출연에도 '궁합'이 아쉬운 이유다. 러닝타임 109분. 12세 이상 관람가. 2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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