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만화의 걸작’으로 불리는 일본 이가라시 다이스케 작가의 ‘리틀 포레스트’가 한국 임순례 감독의 섬세한 손길을 통해 영화로 재탄생한다. 일찌감치 ‘착한 만화’라는 평을 받아왔던 작품이기에, 영화에선 어떤 점이 바뀌고, 또 어떤 점이 강조될 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원작 만화 ‘리틀 포레스트’ - 맛있는 요리와 자연

만화 ‘리틀 포레스트’는 주인공 이치코가 시골의 사계절을 배경으로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 매일 아침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성찬을 먹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나가는 힐링 스토리를 담는다. 실제로 만화 속 이치코처럼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이 모든 스토리는 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한때 이와테현 오슈시에서 자급자족 했던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이 만화가 특히 인기를 끌었던 것은 등장하는 한 챕터당 한 번씩은 꼭 등장하는 요리들이다. 낫토떡, 소토브빵, 새우떡 등등 한국 팬들에게는 익숙한 음식들은 아니었지만,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에디터 주위의 몇몇은 이 만화를 보고서 요리를 해봤다고 자랑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치코가 보여주는 많은 음식들은 단순히 침샘을 자극하기 위해 등장하는 건 아니다. 삶을 바라보는 그만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계절마다 향이 다른 시골 풍경 가운데에서, 특히나 피어나는 시금치, 무, 당근 등에 반갑게 인사하는 이치코의 모습은 슬로우 라이프의 매력과 쾌활함을 강조한다.

  

‣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 - 정(情) 나누며 얻는 힐링

오는 28일 개봉하는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기본적으로 원작과 비슷한 구조다. 도시에서 내 뜻대로 살지 못하던 청년 혜원(김태리)이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와 자급자족의 삶을 산다. 그리고 꽃튀김, 단밤조림, 떡볶이, 막걸리 등등 다양한 음식을 해먹는 것도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원작에 비해 주변인들과의 관계에 보다 더 방점을 찍는다. 혜원에 앞서 고향에 자리를 잡고 있는 친구들의 사연이 살포시 포개진다. 도시에서 회사를 때려 치고 귀농한 재하(류준열)와 힘겨운 삶을 견디고 있는 은숙(진기주), 두 친구와 음식을 나누면서 과거의 기억과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조금씩 그려나가는 ‘힐링 드라마’다.

임순례 감독은 “요리보다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두고 만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고 전한 바 있다. 특히 20~30대 청년들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전하는데, 그러면서 관객들은 극 중 세 친구와 함께 정을 나누는 듯, 깊은 공감을 얻게 된다.

  

‣ 영화‧만화 관통하는 공통 메시지 - 쉼(休)

영화와 만화는 각각 관계와 요리를 내세우지만, 두 작품 모두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바로 쉼이다.

청춘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의 소담한 일상을 조명하면서도 ‘아플 수밖에 없는’ 청춘의 고민을 담아낸다. 이런 메시지는 이미 많은 작품에서 다뤄져 왔지만,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다소 느낌이 다르다. 바로 ‘꼰대짓’이 없다는 점이다. 보통이라면 “이렇게 하는 게 좋아” “자고로 청춘은 이래야 해!”라고 강조하는 듯한 메시지가 담길 테지만, ‘리틀 포레스트’는 소소한 일상을 소묘하며 잠시 쉬었다가라고 말을 한다. 비록 그것이 만화에선 맛있는 요리로, 영화에서는 친구들과의 훈훈한 관계로 묘사되지만, 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최근 블록버스터, 누아르가 대세인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어린 시절 할머니댁처럼 ‘쉼’을 말하는 ‘리틀 포레스트’가 일상에 한소끔 위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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