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본좌’ 김명민이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감독 권종관·6월16일 개봉)를 부친다. 형사 출신 사건 수임 브로커 필재가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 범인인 사형수 순태(김상호)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은 뒤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가는 내용이다. 3일 오후, 삼청동 카페에 나타난 그는 흰색 팬츠와 드레스셔츠, 하늘색 재킷 차림으로 날아갈듯 가벼워 보였다.

 

 

■ ‘흥행공식’ 갑질 저격...‘연기신’ 황정민 이병헌 김명민

지난해 이후 한국영화의 강력한 흥행공식은 ‘갑질 저격’이다. 천만영화 ‘베테랑’은 재벌3세의 악행을, 707만 관객을 모은 ‘내부자들’은 정치권·재계·검찰·언론의 추악한 카르텔을 응징했다. 묵은 체증을 뻥 뚫리게 하는 사이다 영화에 대중은 환호했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역시 권력과 돈으로 살인까지 덮어버린 재벌가의 만행에 철퇴를 가한다. 흥행에 기대감이 쏠리는 이유다.

“약자들이 갑질을 응징하거나, 약자-강자의 대립구도는 많이 봐왔는데 우리 영화는 그거와 달리 의도치 않게 같은 장소에 있었기에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성으로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영화다. 대놓고 대립하는 영화와는 차이점이 있다. 캐릭터들의 유기적 관계, 치밀한 구성이 특징이다.”

특히 세 영화를 이끄는 주역 3인은 충무로를 주도하는 40대 남자배우 간판스타들이자, 자타공인 ‘연기 신’으로 불리는 황정민(46), 이병헌(46), 김명민(44)이다. 김명민은 서울예대 연극과 선배 황정민의 전매특허인 다혈질 형사 캐릭터를 자신만의 호흡으로 풀어내며, 이병헌과는 짙은 감성과 목소리에서 교집합을 이룬다.

 

 

“그간 맡은 직업 중 하위직에 속한다.(웃음) 날스럽고 양아치스럽다. 감독님이 이런 캐릭터에도 격조를 요구하는구나 싶었다. 신뢰의 문제가 아닐까. 양스러운 캐릭터를 그런 이미지 배우가 연기한다면 재미 없고, 단선적 캐릭터가 되기 쉽다. 건달, 양아치를 연기한 기라성 같은 형들만큼 잘할 자신이 없었다. 전과 다른 품격 있는 건달, 양아치를 나만의 방식으로 푸는 거다.”

 

■ ‘코믹달인’ 콤비플레이 성동일 vs 오달수

최근 3탄 제작을 알린 탐정수사극 ‘조선명탐정’ 시리즈에선 ‘천만요정’ 오달수와, 이번 영화에선 배우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성동일과 호흡을 맞췄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판수와 그의 상전 같은 조력자로! 오달수 성동일 모두 웃음폭탄 투척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장들이다.

“동일이 형은 테이크마다 다른 애드리브, 대사를 해서 상대 배우를 설레게 하고 기대하게끔 한다. 코미디와 정극이 다 되는 스펙트럼 넓은 선배다. 달수 형은 의외로 애드리브가 없다. 잔잔함 속에서의 호흡을 아는 사람이다. 안하는 것 같이 툭~던지는 호흡이 웃기다면, 동일이 형은 시종일관 어디로 튈지 모른다. 누구와도 잘 맞추는 점은 동일이 형의 힘이 아닐까 싶다.”

 

 

■ 이순신 정도전 그리고 안중근

배우 김명민을 두고 사극 연기의 달인이란 말을 하곤 한다. 방대한 양과 까다롭기 그지없는 대사를 정제된 톤으로 척척 처리해내고 묵직한 존재감으로 브라운관을 집어 삼키기 때문이다. 성웅 이순신(불멸의 이순신), 정도전(육룡이 나르샤)는 엄청난 화제와 시청률 사냥에 모두 성공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거라 나란 사람에게 기대치들이 있는 듯하다. 내가 만드는 이순신, 정도전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부담스럽다. 어쨌든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땐 공부를 더 하고, 공을 더 들인다. 사극연기를 하기 위해선 복식호흡을 많이 써야 한다.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고, 중심에서 세상을 바꾸는 구국영웅, 혁명가라 복식호흡으로 소릴 지르며 감동을 전해야 한다.”

빠른 호흡과 스피디한 대사, 어마무시한 대사량, 정확한 감동전달이 주된 목표다. 대사가 워낙 길기에 혼자서 대본 20쪽 분량을 소화한 적도 있었다. 또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면 누구이기를 원할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안.중.근.

“대한독립의 불씨를 품은 채 저항하는 삶을 살아간 일제강점기 안중근 열사를 해보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 많이 엎어졌던 소재다. 정치권에서 많은 제의를 받았다. ‘안중근 열사 하면 서울시장 나와도 되겠다’는. 하하. 그런 쪽에서 쌓인 이미지가 배우로서 신뢰를 만들어준 부분이 있다. 득을 많이 얻었다.”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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